박인식 감독 5년 동안 청소년 뮤지컬·단편영화 제작
학교 밖 청소년들과 영상워크숍…지역문화발전 기여
▲ 청소년 뮤지컬 영화와 청소년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박인식 감독.
"제가 제작한 영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인생의 풍요로움을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청소년 뮤지컬 영화와 청소년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영화감독 박인식(49)씨는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그가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 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비롯됐다.

"지난 2012년 어느 날이었어요. 당시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 녀석이 '나는 왜 아빠가 만든 영화를 볼 수 없는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더군요."

당시 20년 이상 독립영화나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있어 나름 그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 그였지만, 호기심 어린 아들의 예상치 못한 귀여운 투정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회상했다.

"그 당시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의 자살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었고, 특히나 부모로써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고, 가족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재의 영화를 한 편도 만들지 못했다는 걸 생각하니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박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소질이 있는 음악 재능을 되살려 청소년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선택해 5년째 청소년 뮤지컬 영화와 청소년 단편영화를 만들고 있다.

그가 2013년도에 제작한 청소년 뮤지컬 영화 '빵셔틀'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도 유튜브에 업로드한 결과, 1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적잖은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를 본 청소년들이 잘 봤다, 감동이다, 노래가 좋다, 용기를 얻었다는 등의 댓글을 남기고, 느끼는 바가 있다면 그것이 보람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서 제 영화를 통해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청소년들에게 길잡이가 된다면 더욱 보람이고요."

박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는 흥행위주의 상업성 영화가 아니기에 영화가 완성되기까지의 어려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뮤지컬 영화이다 보니 음악제작의 경우 한정된 제작비로 기간 안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어렵고, 작품을 만들 때마다 매번 그냥 도와달라고 하는 것도 염치가 없어서 평소에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선뜻 나서서 돕곤 하고 있습니다. 상부상조하는 거죠."

영화장르의 특성상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작업을 해야 하고, 때론 밤샘작업을 하기에 기본적으로 많은 비용이 들고 스텝 인건비와 장비사용료, 배우 출연료, 장소섭외 등 영화 한편을 만들기까지 지출되는 제작비가 수천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제대로 된 연출부를 꾸리거나 제작PD를 고용해서 일해본 적도, 정식 미술팀과 작업을 해본 경우도 거의 없으며, 부족한 부분은 직접 몸으로 때우는 일이 다반사다.

이를 '독립영화감독의 운명'으로 여기고 있는 그는 세월호 참사 당시 극적으로 살아남은 생존학생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뮤지컬 영화 '좋은 친구, 하오펑요'를 지난 7월 제작하고, 또 부인의 적극적인 응원과 자신의 끼를 되살려 지난해 여름, 트로트 디지털 싱글 '레디고'를 '박감독'이라는 예명으로 발표해 분주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 시흥동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안양 호계동에 정착하고 있는 그는 지난 9월 제2회 안양국제청소년영화제에 시민참여위원으로 활동하고, 안양시청소년육성재단의 몇몇 프로그램과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 영상워크숍에도 참여하며 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박 감독은 "내년에 계획하고 있는 작품들이 지금보다는 더 잘되길 바라고, 또 과거 영화의 도시인 안양이 다시 한 번 영화의 중심지로 성장, 발전하는데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안양=송경식 기자 kssong020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