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 최근 수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모두 검은 양복을 입은 무리들이 조용한 외곽상권에 자주 출몰하면서 이 일대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이 인근 유흥업소에 드나들면서 옆자리 손님들에게 폭행을 가하고, 술과 음식 값을 지불하지 않은 채 나가도 겁에 질린 업소주인들은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검은 양복 무리들이 쓰는 호칭은 '형님'이며,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30여명씩 무리지어 다니고, 이동수단은 고급 리무진이다. 낮에는 온몸에 문신을 드러낸 채 사우나에서 자주 보이고 오후 늦은 시간에는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 나타난다.

업주들은 이들을 조폭이라고 부른다. 최근 수원의 한 조폭 두목이 감옥에서 출소하면서 빚어진 현상일 것이라고 주민들은 추측하고 있다. 업주와 주민들은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하소연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도심의 일정한 공간과 시간을 휘청거리는 조폭들이 점령하고, 공포에 사로잡힌 주민과 아이들이 이른 귀가를 서둘러야 하는 일이 과연 있어서 될 일인가. 이 지경이 되도록 경찰은 눈치조차 채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폭력조직과 관련된 사건이 접수되거나 알려진 사실이 없다. 피해가 확인되는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는게 경찰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이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경찰이 제보나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닐 터, 더구나 피해가 확인되는 즉시 조사하겠다는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무슨 피해를 말하는가. 밥값 술값 떼 먹은 피해를 얘기하는가. 물론 그것도 죄다. 하지만 그보다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죄, 마치 조폭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일이 실제로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졌는데, 경찰은 이보다 어떤 더 큰 범죄를 말하고 있는가.

의료에서 치료보다 더 중요한 게 예방이듯 치안 또한 그렇다. 피해조사보다 더 중요한 게 치안을 안정시켜 민생을 돌보고 보듬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주민들이 경찰에 듣고 싶은 답변이 있다면 그것은 무능과 무사안일의 경계 어디쯤에서 나올 법한 답변이 아니라 즉각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