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기도, 머물고 싶기도 한 그곳...낮에도 밤에도 아름답다
▲ 관공선이 정박하는 역무선부두는 아름다운 인천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 역무선부두 방파제 가장자리에는 붉은색 연오랑 등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 등대에서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이 지속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 역무선부두에 어둠이 깔리면 낮과는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불빛을 밝힌 채 인천대교 사이를 지나는 선박들은 한 폭의 그림 같다.
▲ 역무선부두에 정박한 크고 작은 선박들은 밤이되면 저마다 조명을 밝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일거리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즐거움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휴식은 일 이상으로 중요하다. 내 삶에 얼룩 같은 스트레스를 깨끗이 지우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드넓은 바다를 감상하고 있으면, 어느새 머릿속 잡념이 말끔히 사라진다. 도심에서 쉽게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친수공간이 있다. 인천 중구 항동7가 '역무선부두'를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한다.


▲청정 바다가 보이는 쉼터

관공선(官公船)이 정박하는 역무선부두는 아름다운 인천 앞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인천 중구 축항대로 118번길에서 연안부두로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인천국제선원복지회관(마린페어)이 나타난다. 회관 쪽 샛길로 진입해 컨테이너 야적장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다 보면 드디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역무선부두에 도착하면 부두에 정박된 크고 작은 배들이 눈에 들어온다. 맑은 하늘엔 갈매기가 날아다니고 낚시꾼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깨끗하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눈을 씻고 봐도 쓰레기가 보이지 않는다. 바다 특유의 악취도 나지 않는다. 부두 주변에 음식점이 없어 호객꾼이나 소란 떠는 취객이 등장할 일도 없다. 물론 시끄러운 음악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정하다'는 표현이 딱 알맞다.

청정 항구에서 청정 바다를 감상하는 기분은 어떨까. 등대 쪽에서 탁 트인 바다 풍경을 감상하면 어느 순간 마음이 청정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천대교와 팔미도, 그 앞을 지나는 선박들이 조화를 이루는 장면은 한 폭의 명화를 연상케 한다.

역무선부두 안전지킴이자 길잡이인 조호석(52)씨는 "역무선부두는 아름다운 바다와 팔미도가 훤히 보이는 청정 공간이자 100년 넘는 인천항 역사가 깃든 부두"라며 "인천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속과 고전을 품은 벽화

역무선부두 방파제는 2014년 5월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역무선부두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혹여 바다로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 난간이 방파제 전 구간(548m)에 설치돼 어린 자녀와 함께 방파제를 걷는 것도 좋다. 걷다가 잠시 쉴 수 있는 의자도 방파제 중간중간 설치돼 있다.

방파제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바다보다 '벽화'에 눈이 더 갈지 모른다. 310m에 이르는 담벼락엔 아름다운 바닷속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다를 유영하는 큰 고래의 웅장함에 놀란 뒤, 곧바로 돌고래 가족의 다정한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형형색색 물고기들이 무리를 지어 해초 사이를 누비는 모습과, 바다 거북이가 마주 오는 거북이에게 반가워하며 손을 흔드는 것 같은 장면도 감상할 수 있다.

바다 한쪽에선 상어 한 마리가 바위 위에 쉬고 있는 문어를 먹잇감으로 삼고 살금살금 다가가는 장면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바닷속 벽화가 끝난 뒤엔 트릭아트 벽화가 등장한다. 공룡의 날카로운 이빨을 칫솔로 닦는 우스꽝스러운 벽화와 천사처럼 연출할 수 있는 하얀 날개 그림 등은 가족 또는 연인과 추억 쌓기에 제격이다.

우리나라 대표 고전 '심청전'도 만나볼 수 있다. 심청전의 주요 장면을 벽화에 그려놨는데, 그 이유가 흥미롭다. 가난한 심봉사의 딸로 태어난 심청이는 눈먼 아버지를 위해 공양미 300석에 몸을 팔고 옹진군 백령도 앞바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백령도에 심청각이 건립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과거 역무선부두가 백령도행 뱃길의 초입에 위치해 있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심청이의 효심을 잠시나마 헤아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주민들의 사견이다.


▲사랑의 상징 연오랑 등대

방파제 가장자리엔 붉은색 원형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등대를 마주할 수 있다. 1994년 12월 30일 처음 불이 켜진 연오랑 등대다. 높이는 11m로 붉은색 불빛을 5초에 한 번씩 반짝거린다. 약 9해리(15km) 떨어진 해상에서도 불빛을 볼 수 있다.

연오랑이란 명칭은 신라시대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이후 세오녀가 짠 비단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니 해와 달이 다시 빛을 찾았다는 이야기다.

인천항을 오고가는 선박에 빛을 비춰 안전한 입출항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연오랑 등대라는 이름이 탄생된 것이다.

결국 신라 설화 속 연오랑과 세오녀는 바다를 뛰어넘는 사랑을 뜻하며, 등대에 손을 대고 소원을 빌면 하늘도 감동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남이 지속된다는 이야기가 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다.

등대 아래에 있는 인천항만공사 캐릭터 '해룡이'와 '해린이'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묘미다.

방파제는 안전 문제와 낚시 행위 등 이유로 출입 시간이 정해져 있다. 동절기 출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하절기 때는 2시간 더 연장된다.

/글·사진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