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십 수년간 추진해 온 '인천 버스 선진화' 정책이 시간만 허비한 채 다시 공염불이 됐다고 한다. '인천시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의 신규 구축을 위해 지난해 개발 업체와 맺었던 협약을 스스로 해지했기 때문이다. 해지 이유가 기막히다. 시내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이 인천시를 배제한 채 다른 업체와 맺어놓은 계약에 가로막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인천시가 선정한 개발업체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합측과 1년이 넘도록 협약을 벌였다. 그러나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린 끝에 개발 업체 측이 두 손을 들고 우선협상대상자 권한을 포기했다는 얘기다. 인천시의 모양새가 저 가을 들판의 허수아비 꼴이다. 버스조합에 질질 끌려 다니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란 말인가.

인천시는 2015년의 버스운행 관련 특정감사를 계기로 새로운 버스운행정보 통합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전체 인천버스 통합단말기와 버스운송관리시스템, 운송수입금 및 환승 정산 방식 등을 새로 개발해 설치·적용하려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초 두 차례 유찰 등의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천시는 한국스마트카드와 시스템 개발에 관한 총괄 협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인천버스 시스템의 기존 업체인 인천스마트카드와 '입찰절차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전까지 빚어졌다. 그러나 이 협약은 지난 8월 인천시의 협약 해지 통보로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출발 당시의 우려대로였다. 인천시는 인천스마트카드와의 버스운행정보 계약이 2015년 끝났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합과 인천스마트카드측은 당초의 계약(2009∼2015년)이 2012년 계약 갱신을 통해 2026년까지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코디다. 한해 1000억원의 세금이 퍼부어지는 시내버스준공영제 자체도 이처럼 허술하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조합이 재정 주체인 인천시를 따돌리고 계약을 갱신했다면, 그것을 인천시가 모르고 있었다면 인천시는 '봉' 노릇을 한 셈이다. 나아가 인천시가 이를 알고도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고 결과적으로 공염불이 됐다면 더더욱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