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트럼프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옛 말에 "내 자식이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내 나라 국민이 중요하면 다른 나라 국민들도 중요한 겁니다. 대통령께서 취임 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했고 취임 후에는 기후변화협정 탈퇴하는 등 지금의 미국과 미국민만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 방문에서 지금의 미국과 미국사람만큼 다른 나라와 다른 나라 사람, 미래 세대들도 소중함을 깨닫고 돌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지금 300만 인천시민들은 충격에 빠져 있습니다. 반환예정인 부평미군기지 내부가 다이옥신 등 맹독성폐기물로 오염된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70년 가까이 주한미군이 사용했고 반환 전 기지이니 당연히 오염원인자는 주한미군입니다. 다이옥신 등 부평기지의 맹독성폐기물을 국제협약에 따라 미국이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이번 한미공동환경조사에서 확인된 부평기지의 다이옥신 오염은 미국법으로도 기준치를 최소 10배 이상 초과하는 고농도입니다. 5m 깊이 땅속에서까지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된 점, 물에 거의 녹지 않는 다이옥신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인위적인 매립이 아니고서는 부평기지 다이옥신 오염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다이옥신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맹독성물질로 그 독성이 청산가리의 무려 1만배입니다. 1급발암물질로 자연 분해가 거의 되지 않으며 인체에 축적되는 치명적인 물질입니다.

그동안 부평기지에서의 고엽제매립과 맹독성물질인 PCBs 처리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독성등가환산농도가 1만pg/g이 넘는다는 것은 다이옥신 총량은 100만~1000만pg/g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수치입니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렇게 다이옥신에 오염된 곳은 없습니다. 이번 조사결과는 주한미군에 의한 미군기지 내부의 고엽제매립이나 맹독성물질 PCB처리를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입니다.

주한미군은 다이옥신류 조사결과 일체를 공개하고 다이옥신 등 맹독성물질의 오염원인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부평기지 오염은 다이옥신뿐만이 아닙니다. 유류와 중금속은 물론이고 수은, 비소, TCE 등의 오염도 유례 없이 치명적입니다. 부평기지 오염이 단순 오염정화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부평기지 특히 과거 DRMO로 사용된 곳에서는 그동안 다이옥신, PCBs, 수은, 비소, 석면, 유류와 중금속 등 막대한 양의 수많은 종류 폐기물을 처리했다는 과거 미군 기록도 확인되었습니다. 토양오염정화를 위한 분리선별이 거의 불가능한 그 자체가 맹독성 폐기물입니다. 현재 부평기지 내부에서의 한 두가지 방식의 오염정화로는 주변 주민들의 건강이나 환경에 더욱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2011년 경북 칠곡 미군기지 캠프캐롤의 고엽제 매립 논란 당시 주한미군은 기지 내에 매립했던 고엽제를 미국 본토로 가져갔다고 밝혔습니다. 바젤 협약(Basel Convention: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분 규제에 관한 협약)의 유해폐기물 국제거래금지원칙에 따라 부평기지 내 다이옥신 등 맹독성 폐기물을 미국으로 가져가 핵폐기물이나 유해폐기물 처리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하기 바랍니다.

부평기지는 수십만명이 살고 있는 도시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주한미군은 그동안 주민 밀집 지역에서 수십년간 발암물질이며 맹독성인 폐기물들을 처리하고 방치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주민들이 맹독성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알 길이 없고 제대로 조사가 진행된 바도 없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의 맹독성 폐기물을 처리하고 방치한 데 대해 대한민국 국민과 인천시민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시기 바랍니다.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는 어제 오늘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단 한번도 오염원인자인 주한미군이 책임진 적이 없습니다. 전세계 경찰을 자임하는 국가의 책임 있는 모습은 결코 아닐 겁니다.

이제라도 불평등조약인 SOFA를 개정하고 미군기지의 오염 문제는 미군이 직접 책임지기를 다시 한번 정중하게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