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남한산성' 박물관 건립이 유물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박물관 건립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조건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박물관 건립을 조속히 추진해야 하나 박물관을 채울 유물이 부족해 자칫 지연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경기도와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도비·국비 280억원을 들여 '남한산성 박물관'을 지을 계획이다. 남한산성이 등재되기 전인 2014년 1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에 박물관 건립계획을 약속한 탓이다. 이런 경기도의 방침을 받아본 이코모스는 '등재권고' 심사안을 세계유산위원회(WHC)에 제출했고 그 해 6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그렇긴 해도 이후 예산과 조직이 부족해 박물관 건립이 지지부진해 왔다. 그러던 중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추진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유물이 부족해 박물관 건립조차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문체부는 박물관 설립 타당성 평가를 진행 중인데, 현재 유물보유 기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문체부 지침은 '유물 및 자료 100점 이상 확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보유한 유물은 40점에 불과하므로 최소한 60점 이상 확보를 해야 한다. 특히 제출기한이 내년 하반기까지여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남한산성 유물 발굴은 이미 1980년대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진행돼 올해까지 기와·자기·토기류 등 5천여 점이 출토된 바 있다. 이 유물들은 토지주택박물관, 경기문화재연구원 등에서 보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관의 유물은 현재로서는 가져올 수 없다는 사실이다. 기관의 유물을 가져오려면 박물관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물이 없으면 박물관을 지을 수 없고, 박물관을 짓지 못 하면 유네스코와의 약속을 어긴 것이 되므로 자칫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외성과 옹성을 갖춘 전형적인 산성으로 우리나라 산성의 변화 과정과 기능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유적이다. 세계문화유산의 위상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유물구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