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 생태공원 내 조성
특성 모르고 습지 재배
물 고인 곳.. 배수 안돼
▲ 23일 경인아라뱃길 내 두리생태공원 4000㎡ 규모 부지에 심은 라벤더가 대부분 고사해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한국수자원공사와 인천시가 1억원을 들여 경인아라뱃길에 심은 라벤더가 4개월 만에 고사됐다. 라벤더는 배수가 원활한 곳에서 잘 자라는 특성이 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묘목을 심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3일 한국수자원공사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경인아라뱃길 내 두리생태공원 4000㎡ 규모 부지에 라벤더 시범 재배를 위해 묘목을 심었다.

수자원공사와 시, 계양구는 올 9월 20만㎡ 규모의 라벤더 테마공원 조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앞서 이들 기관은 시범 재배를 위해 수자원공사는 아라뱃길에 기반을 조성하고, 시는 그 자리에 묘목을 심었다. 예산은 총 1억여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묘목을 심은 지 4개월 만인 올 8월부터 라벤더가 고사하기 시작했다. 현재 90% 이상이 고사된 상태다.

잎은 황토색으로 바랜지 오래고, 말라비틀어진 잎사귀가 곳곳에 떨어져 있다. 거뭇한 색으로 변해버린 잎은 힘없이 고꾸라져 있는 상태다.

라벤더가 이처럼 고사된 것은 재배 장소에서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라벤더는 물이 잘 빠지는 모래땅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시범 재배한 곳은 저류지로 물이 고여 있는 데다 배수 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더구나 올 8월 장마 기간이 길어지면서 1~2주 사이에 특히 라벤더 고사가 더욱 빠르게 진행됐다.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재배 장소는 물이 고여 있어 라벤더가 자랄 수 있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라면서 "기존에 자라던 식물들을 베고, 다른 종의 식물을 재배하는 것은 진정한 생태공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자원공사와 시는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년에 시범 사업 단지를 다시 조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수자원공사와 계양구는 각각 경관, 일자리 분야에 대한 기본 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라벤더 재배 공간은 홍수 때만 활용하는 땅인데다 면적도 넓어 시범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며 "고사 원인을 분석하고, 설계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라벤더가 고사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