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협조요청' 공문 발단 … 경기도와 논평·성명 공방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번에는 버스 준공영제로 격돌했다. 발단은 성남시가 지난 20일 민주당 소속 도내 15곳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도의 '준공영제 졸속추진 반대 시군협의체' 구성에 동의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촉발됐다.

22일 도와 성남시 등에 따르면 성남시는 '경기도 준공영제 협조요청'이라는 공문을 통해 도가 시군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추진하려 한다. 23일 열리는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 공동 대응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도는 이날 대변인 명의 논평을 발표하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독선과 오만이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도는 "경기도 광역버스 준공영제는 도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란 것을 모든 이가 다 안다"면서 "왜 유독 이재명 성남시장이 준공영제를 반대하고 나서는지, (공문 발송을 통해 이 시장이)도민 안전보다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나만 옳고, 법 위에 내가 있고, 내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있다. 이 시대가 거부하는 '제왕적 권력'의 모습 그대로다"며 "이 시장은 더 이상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자격이 없다. 1300만 경기도민이 이 시장의 가식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도가 논평을 발표하자 성남시도 이날 오후 '남경필 지사님, '정치 계산' 그만 두고 '정책 고민' 해 주십시오'라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는 성명에서 "경기도의 대변인 논평을 보고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정책은 온데간데 없고 '독선', '오만' 등의 정치공세만 난무하다"면서 "'왜 유독 이재명 성남시장이 준공영제를 반대하고 나서는지'라고 표현한 대목에서는 탄식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특히 시는 "경기도 버스 준공영제는 버스업체의 엄청난 적자를 혈세로 메워주는 '버스판 4대강' 사업이다. 버스 시스템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활발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도는 '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식의 '답정너' 자세로 시·군의 동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이것이 진짜 독선과 오만이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일 민주당 기초자치단체장들에게 보낸 협조 요청은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버스 준공영제를 추진하고 있으니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제대로 된 '토론의 장'을 구성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면서 "잘못된 행정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치열한 고민 끝에 꺼낸 정책 제안이다. 남 지사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정책 공방을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치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꼬았다.

시는 "정치적 계산에 급급할 때가 아니라 도민의 목소리를 듣고 도민의 시선에서 정책을 고민해야할 때임을 남경필 지사께 고언(苦言)드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도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내년 경기도지사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남 지사와 이 시장의 물밑 선거전이 불붙고 있는 형국이다"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되는 내년 초까지 물밑 격돌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재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