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청년들 '쓰실 분 하실 분'
재능 이어주니 예술 꽃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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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데 어디서 불러야 할까요?", "전 영상 편집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해요", "손놀림이 좋아서 글씨를 개성 있게 잘 쓰는데 도움이 될 만한 곳이 있을까요?"

장르를 불문하고 끼와 재능으로 똘똘 뭉친 인천 청년들이 한 곳에 모였다. '쓰실 분, 하실 분'이라는 독특한 문구는 이들의 정체를 더욱더 궁금하게 한다.

'청년인력소'.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을 연결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함께 할 동료를 찾지 못해 묵혀뒀던 사업을 진행할 인력을 찾을 수 있는 모임이다. 이번 주말, '나의 노래는 나의 힘'과 '아트박람회'라는 그들의 지난 10개월간의 작당모의의 전모가 밝혀진다. 발 벗고 나서 지역의 '숨은 보물'같은 청년들을 이어주고 있는 청년인력소 정예지(32) 대표를 만났다.

지난해 말 친구 따라 인천문화재단 지원 사업 결과 발표회 자리에 갔던 정 대표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재밌는 프로젝트를 하는 재능 있는 청년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그 충격은 재능 있는 일꾼들을 주고받는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까지 닿았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포스터와 로고를 만들고 올해 1월부터 모이기 시작했어요. 처음인데도 30명이 모여 크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해요."

청년 인력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참가비 1만원과 함께 신청을 하고 매달 넷째 주 일요일 오후 부평 락캠프에 모여 '네트워킹 파티'를 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접수대에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소속이 아닌 그날의 컨디션을 적는다. 소속이 없는 경우가 많아 그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정 대표의 센스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고 각자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PPT를 발표한다. 서로를 알아가는 프로그램과 웃음과 각자의 사연을 곁들인 식사는 그들을 더욱더 돈독하게 한다. 또 이들은 벽에 걸어둔 인력 프로필을 살펴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졌거나 함께 일하고픈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구인'에 나선다. "지역에서 청년들 한 번에 한 자리에 모이는 게 쉽지가 않은데 자발적으로 모이니 의미가 있다"며 "실제로 모임을 통해 공연기획, 행사, 촬영 등 사업을 한 청년들도 있어 굉장히 뿌듯하다"고 정 대표는 말했다.

"그동안 우리들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봤어요. 가수나 전문가는 아니지만 진심이 담기니 아이돌 저리가라 할 정도더라고요." 녹음도, 전문 장비도 처음 접해보는 이들이지만 실력을 떠나 한번쯤은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고 싶은 열망이 늘 있었다. 자신들의 삶, 가족, 일상 등을 노랫말로 적고 음을 붙여 만든 노래들이 드디어 '나의 노래는 나의 힘'이라는 CD로 제작돼 20일 오후 7시30분 락캠프에서 공개된다.

또 하나는 올해 모임을 총정리 하는 행사인 '아트박람회'다. 30여 명의 청년들이 자신들을 마음껏 홍보하는 날로, 각자 기획한 내용으로 부스를 꾸며 시민들을 만나는 축제다. 'Soool로 푸는 인문학',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신비한 마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리기', '시 대신 읽어 드립니다' 등 참신하고도 개성 넘치는 테마의 11개 부스가 오는 21~22일 오후 12시부터 부평 문화의거리에서 운영된다. 정 대표는 "두 행사는 그동안 우리들의 활동을 자축하는 동시에 인천에 이런 청년들이 있고, 청년인력소를 모르는 끼 있는 친구들에게 우리를 알리는 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무모하게 시작된 각양각색 청년들의 모임은 만 1년도 채 안됐지만 시샘 아닌 시샘도 받을 정도로 잘 성장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달엔 강원도 원주의 한 재단에서 '청년인력소'와 너무나도 똑같은 기획을 한단 소식을 들어 놀랐다"며 "그들도 인정하고 사과해 일단락됐지만 그만큼 잘 하고 있다는 반증 같아 괜스레 뿌듯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앞으로의 계획도 전했다. "운영진 없이 모든 청년들이 나서서 '청년인력소'를 꾸려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해 자리를 잡아가길 바랍니다. 재능 있는 청년들을 쓰실 분, 일꾼으로 일 하실 분들 누구나 환영하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