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자는 물론 관객들도 견디기 쉽지 않을 텐데…." 문학산상 음악회를 며칠 앞두고 사석에서 만난 인천시립교향악단 이경구 지휘자의 걱정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속 해발 217m에서 열리는 산상음악회는 모두를 지레 움츠러들게 했다. 지난주 토요일 저녁 6시 문학산 정상에서 제2회 문학산상음악회 '미추홀의 별을 보다'가 열렸다. 시립교향악단의 연주 속에 성악가와 대중가수가 산꼭대기 무대에 섰다. 예상했던 대로 객석이나 무대나 쉽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바람은 거세졌고 기온은 급강하했다. 어려움이 따랐지만 문학산의 선율은 바람을 타고 청량산으로 계양산으로 퍼져 나갔다. 1천명 가까운 관객들은 서로 36.5도의 난로가 돼 '토요일 밤의 열기'를 만들어 냈다. 50년 만에 어렵게 돌아온 공간에 대한 애뜻함과 뿌듯함이 한 몫 했을 것이다.

문학산은 아직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정상부는 낮 시간만 산행이 허용된다. 이 음악회는 1년에 단 한 번뿐인 흔치 않은 행사다. 산 정상은 군부대 조성 과정에서 깎여 나가 평지가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바람에 2천50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지난해 처음 이 산상음악회를 기획했을 때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그 밤에 거기까지 누가 올라갈까, 비바람이라도 불면 어쩔거냐 등. 그냥 문학경기장에서 문학산을 바라보며 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이제 겨우 두 차례 열렸지만 현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히트상품'의 조짐이 보인다. 이 참에 우리 지역의 '숨은 1인치'를 찾아보면 어떨까. 항만, 발전소, 군부대 등 인천에는 여전히 민통선(민간인통제선)이 적지 않다. 1년에 단 한번만이라도 그곳에서 시민을 위한 행사를 치렀으면 한다. 자주 밟아야 땅에 대한 애정도 생기는 법이다.

아마도 그날 가장 고생한 이는 이경구 지휘자였을 것이다. 악보가 바람에 날아가도 공연 내내 미소를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출연자는 관객을, 관객을 출연자를 걱정하는 훈훈한 광경이 계속 연출되었다. 그날 밤 미추홀 하늘에 별은 뜨지 않았다. 대신 참석자 모두의 가슴에 왕별 하나씩은 떴을 것이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