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 강화경찰서경장


가정폭력은 모든 폭력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정폭력을 한 세대의 부부 간에 일어나는 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 전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느끼지만 못했을 뿐이지 여러 가지 다른 폭력과 범죄의 모습으로 가정폭력이 그 시작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점점 더 가정폭력의 개념이 넓게 정의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여러 모습으로 가정폭력이 일어나고 있고, 대부분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데다가 그 모습이 변화무쌍하고 시작을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가정폭력이란 가족구성원 중 한 사람이 다른 구성원에게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주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그렇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폭행, 감금 등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다. 


언어적, 정신적 학대, 원가족 비난 등 정서적 폭력, 부부강간 등 성적 폭력, 경제활동 통제와 경제적 방임과 같은 경제적 폭력 등도 모두 포함된다.

가정폭력은 '가정'이라는 그 특수성 때문에 보통 폭력 사건과는 달리 피해자가 화해와 용서를 통해 가정을 지키려 하기에 초반에 잘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 반복되며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 그래서 폭력이 더 커지기 전에 이를 막아야 하는 것이다.


방치된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정신적 문제, 성격이상, 음주, 스트레스 등으로 시작한 개인적 요인이었을 문제가 가정으로 넘어오면서 부부 간 소통 문제, 가부장적 태도, 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가정폭력으로 된다. 그리고 이 문제가 사회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미온적 인식, 묵인하는 태도, 사회의 폭력 문화 등과 만나면 전 세대에 걸친 문제로 커지는 것이다.

가정폭력이 익숙한 가정 내에서 자란 아이들은 학교폭력 등 청소년 문제에서 취약한 계층으로 자랄 수밖에 없다. 청장년을 거쳐 자살 문제나 반사회성 성격을 형성하기도 쉽다. 


아울러 반사회성은 성폭력, 성매매 등 기본적 도덕이 상실된 경우에 발생하는 범죄들과 자연스레 연결되는 경향을 지닌다. 또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가정에서는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과 기본적인 가족 간 애정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 그 집안의 가정폭력을 주도하던 가해자가 노인으로 되어 약자가 되면 그들을 향한 노인학대, 방임 등의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말이다. 제일 가까이에 있는 가족을 외면하는 순간 다른 모든 일은 무너진다. 


너무 많이 들어왔던 만큼 당연한 말이라고 무시하기 쉽다. 하지만 쉽고, 익숙하고, 간단한 일일수록 무시하고 나면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자신과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 사회에서 자신이 맡고 있는 가정을 지키는 일부터 시작한다면 분명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은 곳으로 변해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