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보호시설 1호 '경묘당' 눈길
17평 17마리 생활 … 최대 20마리
주부·직장인 10명 6개월째 봉사
용인 아파트엔 3년 만에 '급식소'
▲ 17일 오후 버려진 고양이와 아픈 고양이들을 치료해주고 분양해주는 공간인 수원시 팔달구 '경묘당'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이곳에서 고양이들이 떠돌지 않고 버려짐 없이 편안하게 지냈으면 합니다."

경기지역 시민이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길에서 생활하는 고양이를 위한 호스피스 쉼터를 만들고,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를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수원시의 한 주택가에 문을 연 '경묘당'에는 고양이 17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경묘당은 17평 남짓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수원, 용인, 광주지역에서 길고양이로 발견돼 지자체 지정 보호시설로 옮겨진 녀석들 중 질병이 있어 방사가 어렵고, 임시보호처 등을 찾을 수 없는 경우 이곳에서 보살핌을 받는다.

경기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마련된 길고양이 호스피스 쉼터로, 노인들이 모여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집이나 방을 뜻하는 경로당(敬老堂)에서 이름을 따와, 경묘당(敬猫堂)으로 지었다.

이곳에는 고양이 17마리 외에도 보호시설에서 임시보호처로 이동할 때 잠시 지낼 곳이 없어 맡겨진 고양이들, 병원치료를 받거나 입양을 준비하는 고양이들이 지내고 있다.

이중 오랜 길거리 생활로 다치거나 아픈 채 발견된 길고양이들은 치료를 받아도 건강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방사가 어렵다. 때문에 호스피스 쉼터인 이곳, 경묘당에서의 생활도 고려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갖고 생활을 하는 고양이 습성 상 한 공간에 여러 마리가 있으면 각종 질병과 스트레스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공간을 고려해 20마리까지로 제1한했다.

가정주부부터 직장인까지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오전과 오후로 시간을 나눠, 6개월째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장안구 연무동으로 경묘당을 이전해 고양이 문화공간과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길냥이연합 오경하 단장은 "주민의 배려로 길고양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병들어 유기되거나,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에게 잠시라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길고양이 전용 급식소를 마련한 주민들도 있다.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단지가 지난달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 설치' 내용의 안건이 3년 만에 아파트입주자회의 심의를 통과하자 단지 내 7곳에 급식소를 설치했다.

벌써 아파트단지 주변에 살고 있던 길고양이 30마리에 대한 개체 수 조사를 마쳤고, 중성화 수술도 모두 끝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