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념·문화 … 남한 정착 가장 큰 어려움 '경제적 문제'
▲ 북한 땅이 지척인 강화군 교동 해안가에는 분단의 상징인 철책선이 끝없는 장벽을 이루며 발길을 가로 막고 있다.
▲ 통일민주협의회 강춘근 공동대표가 14일 강화군 교동에서 개최된 강연회에서 '인천 북한이탈주민 사회적응 실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통일민주협의회 제5회차 '통일사회문화를 향한 통합리더 시민포럼' 참가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이 3만명을 넘어섰다. 인천에 거주하는 숫자만도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탈주민을 일컫는 새터민은 '먼저 온 미래', '통일의 마중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가올 '통일의 시대'를 대비한 '사전 연습 기회'를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들의 남한 정착사례와 경험은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에게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남한 사회도 이들과의 교류와 이해를 통해 북한의 정확한 실상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하지만 새터민들은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정부의 지원 체계에도 여러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의 삶을 따뜻한 애정으로 지켜주는 손길이나 여건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천에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탈북주민이 정착해 있다. 통일시대에 대비한 인천의 역사적·지정학적 지위도 갈수록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도 새터민의 사회적응 실태에 대한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일민주협의회는 지난 14일 강화군 교동에서 '인천지역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응 실태'에 대한 강연회를 개최했다. 강춘근 협의회 공동대표의 발제문을 정리해 본다.

◆ 북한이탈주민 현황

북한이탈주민은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 2009년에는 한해 3천명 가까이 입국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감시가 강화된 2010년 이후에는 그 숫자가 줄고 있다. 연령별로는 20-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취학 연령대와 노령층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인천지역에는 지난해 6월말을 기준으로 2,752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말 또는 내년도에는 3천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70%가량은 남동구에 밀집해 있으며 부평과 계양, 연수, 서구에도 1백 명이 넘는다.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150만원 전후로 37%가 단순노무직, 17.5%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기능직(14.4%) 이외의 사무직과 전문기술직 종사자는 10% 이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지원정책

북한이탈주민은 남북 간 대결체제가 강고하던 초기에는 귀순용사, 국가유공자로 우대받았다. 이후 입국자 수가 급증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자립과 자활대상자로 전환됐다.

이탈주민은 먼저 정부기관의 조사를 거친 뒤, 하나원에 들어가 3개월 간 적응교육을 받는다. 이어 정부에서 배정하는 거주지 주변의 고용지원센터에서 직업 훈련을 거친다. 그러나 여기에 투입되는 수백억 원의 예산과 인력에 비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착의 어려움

남북은 수십 년 간 서로 다른 이념체제와 이질화된 문화 속에서 살아왔다. 이로 인한 가치관의 차이, 사회문화적 이질성은 당연한 현상일 수밖에 없다. 북한 이탈주민의 경제적·심리적·정서적 불안정은 여기에서 유래한다.

이들은 남한 정착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경제적 문제(18.3%)를 가장 먼저 꼽는다. 이어 취업이나 직장생활(12.4%), 외로움(11.7%), 남한사회의 부정적 시각(11.5%)을 들고 있다. 이밖에 언어(8.2%), 문화적 차이(5.7%), 북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3.4%) 등을 호소하고 있다. 정착과정에서 발생하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각종 질병도 또다른 문제점이다.

◆적응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 특징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북의 가족들을 데려오거나 송금 하는 방법을 찾는데 힘을 쏟는다. 이를 위해 궁핍한 생활을 감수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북한에서 익힌 낮은 수준의 기술 때문에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무직으로 보내기도 한다. 남한 내 직장 동료들의 무시와 편견, 견디기 힘든 직장의 작업 강도도 이들을 괴롭힌다.

자녀들의 무리한 교육비와 생활비 부담은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한다. 저임금 노동이나 비정규직, 파트 타임 일자리를 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를 부채질 한다.

◆청소년과 가정, 어르신 문제

탈북자의 20%를 차지하는 아동·청소년들은 탈출기간 중 학업공백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일인독재 체제 아래에서 왜곡된 교육을 받아 남한교육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학업 중도탈락률이 남한 또래에 비해 13배나 높다.

이탈과정에서 가정이 해체되거나 여성 혼자 가사와 아이 양육을 맡는 등 가정 내의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적응에 실패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한 남성이 술에 의지하다가 부인과의 불화로 이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가족의 해체와 재결합에서 나타나는 부부간, 부모자녀 간 갈등은 세심한 관심 속에 해결해야할 문제다. 탈북어르신의 숫자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나원에서도 어르신 반을 별도로 편성해 운영할 정도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 제도 개선 방안

탈북민의 남한 정착은 통일시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통일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의 성공사례는 통일 이후 남북한이 심각한 충돌 없이 상호 적응하는 '선 경험'이 될 수 있다. 북한주민의 우수한 노동력이 어떻게 통일한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기회도 된다.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생활 적응을 위해서는 이를 종합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들은 탈출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남한문화에 대한 충격으로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보인다. 이를 완화하고 정상적인 직장과 가정, 개인생활을 돕는 종합적인 사회지지망을 형성해야 한다. 정신건강, 직업훈련, 가정문제, 재정관리 등에 대한 상담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탈북 2세들의 교육과 구직을 국가와 사회가 나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탈북민에 대한 인식 전환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들에 대한 이해와 인정이다. 북한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무조건 평가절하 하는 것은 혼란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탈북민이 가족과 나라를 버리고 온 냉정한 사람들이라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 그들은 존엄한 인격적 존재이고 함께 살아야 할 소중한 동포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탈주민의 20% 이상이 "북한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남한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들의 특징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들이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통일한국을 풍부하게 하는 자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특히 탈북민 뿐 아니라 남한주민도 상호적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토론자 김성해 남북그린피아 대표의 제언

북한이탈주민의 부적응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들은 이미 탈북과정에서 중국인들에게 많은 피해를 당했다. 북한주민에게는 더 이상 남한으로 오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고 반응한다. 자살하고 싶다는 극단적인 심경을 털어놓는 경우도 흔하게 눈에 띈다.

탈북민들의 적응을 돕는 방법 중 하나로 이들과 '친해지기'를 들 수 있다. 이탈주민들은 종교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북한에서 종교활동을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북한이탈주민과 함께 종교 활동에 참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제안한다. 남북 가정 간 1대 1가정 맺기와 '함께 여행하기' 등도 추천할 만하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