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병 딸 후원금 유용·딸 친구 살해
불신 싹틔워 … 모금활동 찬바람 우려
딸의 친구를 살해한 일명 '어금니 아빠'의 후원금 유용 정황이 드러나면서 지역 기부문화 위축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기부 공포증을 뜻하는 '기부 포비아(phobia)'라는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희귀병을 앓는 딸을 내세워 수년간 후원금을 모은 어금니 아빠 이영학씨가 고급 외제차를 모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딸이나 부인 계좌로 후원금을 받고 SNS와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펼쳤다. 방송에 출연해 사연과 함께 계좌를 공개하기도 했다. 눈물로 고통을 호소하며 후원 동참을 주도한 이씨가 저지른 범죄 행태에 비난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에 참여했다는 김모(25·여)씨는 "길거리에서 모금단체들이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의심부터 든다"며 "뭘 믿고 기부를 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지역 모금단체와 시설들은 아직까지 악영향을 체감하지 않았으나 기부문화에 찬바람이 불까 염려하고 있다.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다음달 20일부터 연말 모금 캠페인을 시작한다. 개인 기부자들의 모금이 주를 이루는 캠페인으로 이번 사건이 시민들에게 끼칠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인천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해 특히 기부금 유용 사건이 많이 발생해 걱정된다"며 "기부금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 시민들은 기부를 앞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인천본부는 올 8월 한 모금단체의 기부금 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악영향을 체감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개인신고시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천지역 노숙인 시설인 다사랑의 집은 입소비 외에 모든 운영비를 후원금으로 운영하고 있다. 다사랑의 집 관계자는 "홍보를 통해 개인 후원자를 모집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시설 대부분은 후원금 사용 현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분기별로 지자체 점검을 받는다"고 말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