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만료' 공장 사라질까 우려 … 임단협 교섭도 파행
한국지엠이 17일 회사 창립 15주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서 16일엔 한국지엠 자산 처분·양도와 관련한 KDB산업은행의 특별 결의 거부권(비토권)이 사라졌다. 이에 더해 사측은 부평공장에 신차를 배정해 공장 미래 발전 방안으로 삼아달라는 노조 요구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한국지엠 지부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 비토권이 만료되는 오늘(16일)까지 산업은행과 정부는 지엠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2002년 지엠 본사가 옛 대우자동차를 인수하면서 15년간 경영권을 유지한다고 밝힌 '한국지엠 지분 처분 제한'이 해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 비토권 만료로 지엠 본사 및 관계사가 한국지엠 공장 매각이나 폐쇄 등을 결정하더라도 손 쓸 방법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선 한국지엠 지분 6.02%를 보유한 중국 상하차(SAIC)가 산업은행과 지엠 본사 지분 일부를 인수해 한국지엠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했다가 '기술 먹튀' 논란을 일으킨 업체다.

한국지엠은 한국 철수설을 부정하고, 산업은행 역시 한국지엠 지분(17.02%) 매각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지엠이 철수하지 않는 이상 비토권 유무는 무의미하다는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논평도 있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비토권 유지'를 위해 지엠 본사와 새로운 협약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방점을 '신차 배정'에 찍고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9월1일 카허 카젬 사장 취임 이후 노사는 제대로 된 임단협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9월13일 카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19차 교섭을 위한 테이블이 마련됐으나 통역 담당 직원 교체 시비로 인해 파행으로 이어졌다.

신임 사장 체제에서 노조가 다시 교섭에 나서면서 희망적인 신호로 해석되던 분위기가 사소한 절차상 이견 때문에 뒤집어진 것이다.

부평공장에서 생산했던 알페온에 이어 캡티바까지 후속 차종이 수입될 거란 관측이 맞아떨어진다면, 부평공장은 알페온, 말리부, 캡티바, 트랙스, 아베오 등 5종에서 3종만 생산하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단순히 임금 인상이 아닌 미래 발전안과 고용 안정을 요구해도 '묵묵부답'"이라며 "한국지엠, 정부 모두 '철수는 없다'고만 하니 노동자들은 답답하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