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비정규직 고용안정 앞장서던 중 돌연 사망
동료 "석달간 3차례나 감사받아" … 과로사 제기
"비정규직인 학교사회복지사가 석달 간 3차례나 감사 받을 일이 있습니까."

지난 13일 오후 6시, 불이 꺼진 경기도교육청 본관 현관에 모인 도내 학교사회복지사 100여명은 지난 9일 돌연 숨진 학교사회복지사 김모(47·여)씨를 추모하며 울분을 토했다.

학교 현장에서 아동교육복지를 위해 15년간 애써온 김씨는 지난 9일 안양천에서 자전거를 타던 중 돌연 쓰러져 숨졌다. 그는 숨지기 전까지 비정규직 학교사회복지사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토론회 준비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중이었다.

추모식에 참여한 동료 교육복지사들은 학교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해 경기도교육복지협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김씨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이날 참석한 동료들은 김씨의 죽음의 이유에 대해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라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2012년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 소속 교육복지조정자를 맡으면서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그는 비정규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지자체 협력 사업 내 학교사회복지사들을 위해 이들의 무기계약 전환에 앞장서왔다.

미운털 박힌 탓일까. 김씨는 올해 2월~4월 3차례에 걸쳐 도교육청의 집중 감사를 받았다. 지자체 협력 사업인 학교사회복지사업에 대한 2016년 신규 사업을 확대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10월 한 민원인이 학교사회복지사업의 지역별 운영 타당성에 대해 감사민원을 청구했다. 도교육청은 도내 학교사회복지사업 실시 지역 9곳 중 4곳(안양, 안산, 군포·의왕, 성남)을 중심으로 현장 감사 등을 벌였다.

도교육청은 2015년부터 도내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 재원으로 진행하는 사업들의 인력을 축소하고 신규 채용을 금지하면서 일부 시·군에서 신규 사업도 1년 정도 운영한 뒤 중단됐다.

이후에도 김씨는 도교육청으로부터 추가 감사를 받았다. 안양시와 교육청이 2012년 유치원내 사회복지사 채용사업인 '지역 내 영유아조정자 채용' 건에 대해서도 김씨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 감사를 벌였다,

또한, 2015년 말쯤 경기도교육복지협회가 발족식에 앞서 학교사회복지사들에게 참여를 독려하는 출장공문을 발송했다는 이유로 감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같은 3차례에 걸친 집중 감사를 받으면서 주변에 강압적 감사분위기에 따른 심적 부담과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감사 과정에서 느낀 부당함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도교육청 감사 담당자에게 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를 마친 김씨는 지난 7월쯤 도교육청 감사담당자로부터 자료를 다시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고, 서류를 재작성하는 등으로 애를 먹으면서 재면담을 하기도 했다.

교육복지관계자들은 2015년 말쯤 경기도교육복지협회가 발족한 이후, 학교사회복지사 및 교육복지조정자에 대한 도교육청의 탄압이 심해졌다고 전했다.

교육공무직노동조합 경기지부 관계자는 "학교 내 소외계층 아이들에 대해 심층적인 사례관리와 네트워크 구축으로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이 비정규직 인력이라는 이유로만으로 탄압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도교육청 관계자는 "갑작스런 소식에 안타깝다"면서 "감사가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