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경제연구소장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하여 각 개별 국민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사실 이 규정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존립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한 선언이며 이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법률적·비법률적 관계가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도리와 목표에 대한 지침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모든 인권적인 제도와 장치는 이러한 선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법률적인 장치를 갖추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는 과연 얼마나 날마다의 행복을 누리고 살고 있는 것일까.

사실 나는 OECD나 UN등 국제기관들이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 국민행복지수나 세계국가들 사이의 등위 따위를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한 지수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의 타당성이나 인용하는 통계의 객관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하려니와, 행복을 수치화할 수 있다는 비철학적인 접근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사기관이 OECD가 됐든, UN이 됐든, 그 기준을 인정하든 안 하든, 대한민국의 등위가 노상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에서 다시 한 번 자존감에 피해를 입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현재의 국제적인 표준에 비추어보자면, 자신들이 스스로 정한 헌법적인 가치와 목표조차 아주 많이 실현하지 못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얘기가 되니까.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라는 질문에 만인이 수용하는 해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절대를 믿는 신심(信心)들 조차도 그 절대의 해석에 있어 대체로 저마다 다른 이익과 고집의 계산을 따라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리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그런 판단을 거두기 어렵다. 그런 이유들로 행복에 관한 논의를 서툴게 일반화한다는 것은 대체로 무용하다. 더욱이 이렇게, 헌법 같은 일반적 규범이 정한 목표가 개별적인 인간 모두에게서 똑같이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인생에 대한 인식의 천박함과 미성숙한 철학의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헌법 제10조의 규정을 "인간의 일반·보편한 행복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보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달성되는 것이고, 따라서 국가는 각 국민의 생활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가 확보·유지되도록 보장해야할 의무를 진다"라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이러한 해석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법익의 실현을 위하여 유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뒤에 다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라는 것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확보되는 것일까를 추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우리 헌법은 제2장 각조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민과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좀 더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류의 모든 인문학적 노력이 결국 이 문제에 해답을 얻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해서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만큼 이 자리에 그러한 성과들을 중언부언 옮긴다거나 재론하는 것을 삼가기로 하거니와, 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란 한마디로 '인격(人格)'을 풀어 쓰는 용례의 다름이 아니고, 그의 보장이란 "인격의, 결핍과 공포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뜻하는 것으로 새기기를 희망한다. 인격이라는 언어는 인간과 다른 사물의 행태를 구분하는 틀(格)을 일컫는 말이며, 부(富)와 자유의 결핍, 그리고 그러한 결핍의 가능성에서 비롯하는 공포야말로 인간의 인격을 파괴하는 가장 큰 동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내가 "이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느냐"라는 질문은 "나의 인격은 이 나라에서 정치적·경제적으로 보호 받고 있느냐"라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나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매일 아침 배달되는 보도매체들 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 확인한다.

나는 이 나라의 입법, 사법, 행정, 경제, 시민의 권력에서 인격을 읽지 못한 지 이미 오래다. 그들은 스스로 가진 것들의 상실에 대한 공포로 인해 파괴된 지 오래인, 오직 독선적이고 부정직한 인격들이 아닌가. 그들이 나의 인격을 지켜줄 것인가. 그들의 행태를 확인하는 나의 아침은 대개 행복하지 않다. 나의 인격과 행복은, 넘쳐흐르는 청와대의 웃음소리에 의해, 뜻을 알 길이 없는 정치인들의 악수와 포옹에 의해, 일개 종교지도자나 교수의 공허한 평화명령에 의해 보호되지 않는다. 내 시각으로 그들은 모두 위헌을 범하고 있을 뿐이다. 내게 인격적인 사회에 살 권리를 보장해 달라. 아. 또 이 긴 비인격적 국감현장을 어떻게 지켜보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