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태 농협안성교육원교수
살아가면서 우리는 나보다 지위가 낮고 약해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곤 한다. 큰 사람은 작은 사람을 멸시하고, 강한 자는 상대방을 우습게 여긴다. 과연 그래도 되는 걸까?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와 정나라가 결전을 하기 전날 저녁의 일이다, 송군의 대장인 화원(華元)은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양고기를 듬뿍 지급했다. 장병들은 모두 기뻐했는데 유독 화원의 어자(御者)만이 그 양고기 차례까지 가지 않았다. 어느 부장이 그 이유를 묻자 화원이 대답했다. "어자에게까지 뭐 줄 필요가 있겠나." 다음 날 아침 양국 사이에 격전이 벌어졌고, 화원은 그 어자가 끄는 군용 마차인 병거(兵車) 위에서 지휘를 했다. 양군 모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승패는 쉽게 결정나지 않았다.

그 때 화원이 어자에게 명했다. "병거를 적의 병력이 적은 곳으로 몰아라. 저기 오른쪽으로 말이다." 그러자 어자는 반대쪽, 즉 병력이 많은 왼쪽으로 병거를 몰았다. 당황한 화원이 소리친다. "너 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러자 어자가 하는 말 "어제 양고기 건은 장군님 마음대로 하셨지만, 오늘 일은 제 생각대로 한 것뿐입니다." 어자는 병거를 정군의 집단 속으로 몰았고, 화원은 마침내 포로가 되었다. <춘추좌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흔한 인간의 모습이고 현실이다. 그러나 높은 자는 결국 보잘 것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에 의해 쓰러지고, 큰 자가 무너지는 것은 작다고 멸시한 사람에 의해서이다. 내가 하찮게 생각하고 아무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를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비록 아무리 별 볼일 없어 보인다 해도, 그렇게 할 만한 힘이 없을 것이라 속단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저런 사람에게까지 예를 갖출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또한 무서운 나름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그 잠재력이 언제 어디로 터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인생의 고수는 그 누구도 우습게 보지 않는다. 인생의 하수만 타인에게 모멸감을 주고 멸시한다.

대기업이 '갑'의 힘으로 '을'을 깔보며 내리눌렀을 때 당장은 피해가 없는 듯해도 결국 '갑'은 몰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내가 현재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상식을 무시하고 원칙을 어긴 결과는 끝내 파멸뿐이다. "천리 둑도 개미구멍에 무너진다"고 했다. 큰 불행은 작은 잘못에서 비롯된다.
타인에 대한 존중과 인격적 대우만이 우리 삶을 무탈하게 지켜주는 삶의 덕목이자 생존비결임을 재차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