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책방 … '주인 취향' 읽어볼까
▲ 지난 14일 인천 동구 배다리 일대에서 열린 '별책부록'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책을 구경하고 있다.
▲ 홍예서림
▲ 나비날다
▲ 북극서점
▲ 말앤북스


동네마다 숨어있는 작은 독립 서점들을 여행하다 보면 대형 서점에선 느낄 수 없는 다채로운 책의 세계를 알게 되는 기쁨에 흠뻑 취한다. 수필부터 시, 그림책 등 내 마음을 훔쳐본 듯 공감가는 독립 출판물을 유통하는 독립 서점이 늘어나고 있다.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에서 취급하는 책 외에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저자가 직접 출판하는 독립·장르 출판물을 주로 선보이는 곳이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하고픈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들이라 내용도, 디자인도 거칠고 투박하지만 재밌다. 독립서점의 또 다른 매력은 서점 주인의 취향이 오롯이 드러나는 책 종류와 특유의 분위기. 좁지만 '백이면 백' 다른 분위기의 서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 14일 인천 동구 배다리 일대에서 처음으로 독립출판 작가들과 독립서점 주인들이 축제 '만국시장-별책부록'을 열었을 정도로 이제는 지역에서도 하나의 소중한 문화로 자리 잡았다.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인천의 동네책방 나들이에 나서자.


홍예문·대한서림서 이름 따와 … 어른들 위한 동화·그림책 많아

# 홍예서림
동인천에 대형 서점 '대한서림'이 있다면 독립 서점은 '홍예서림'이 있다. 지역을 상징하는 홍예문과 대한서림에서 이름을 따온 이곳은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다.

동인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김두연 대표는 일러스트로 일하면서 워낙 동화책을 좋아해 한 권씩 모으기 시작했다.

"스무 살 때부터 독립서점에 자주 드나들면서 '나도 언젠가는 꼭 한 번'이라는 로망을 품었어요. 결정적으론 일을 그만 둘 쯤에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더 나이 먹기 전에 얼른 하자'는 생각이 덜컥 들더라고요."

'소녀 감성' 김 대표 취향 덕에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그림책이 많다. 언제 봐도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여운이 남고 그림도 따뜻한 책들은 일상에서의 활력이 된다.

독립출판물과 독립 서점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덕에 찾는 이들이 많아져 반갑다는 김 대표. "개인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끄적거리듯 쓰니 아무래도 아마추어 같고 디자인도 엉성해요. 하지만 여기서 오는 특유의 매력이 있어요. 남의 일기 훔쳐보는 느낌이랄까요?"

직접 디자인한 곰 인형과 하얀 벽을 외롭지 않게 채우고 있는 포스터들, 아기자기한 많은 책을 소개하고자 정성껏 전면 진열한 책들은 아직까지도 홍예서림의 매력에 빠지지 않은 이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 중구 자유공원로 28


배다리 골목어귀 '무인책방' … 오래된 만큼 마니아층 형성'

# 나비날다
"야옹~" 배다리 골목 어귀의 나비날다 문을 열면 고양이 한 마리가 인사한다. 무인책방으로 운영되기에 '반달이'가 사장 역할과 마스코트 역할을 겸하고 있다. 손님들은 익숙하게 날짜와 책 이름, 금액을 적은 쪽지와 돈을 박스에 넣는다. 거스름돈도 알아서 가져간다.

별칭 '청산별곡'으로 통하는 나비날다 대표는 지난 2009년 '나비날다 책 쉼터'로 시작해 지금은 '배다리안내소'와 바로 옆에서 매일 주인과 내용이 바뀌는 '요일가게'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청산별곡은 독서를 즐겨하고 독서 모임에도 자주 참여했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배다리 지역에 대한 애정으로 뿌리를 내리고 활기를 불어넣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서점을 열었다.

평소 시민운동과 환경, 지역 활동을 하는 주인 덕에 이곳 책들도 그러한 색채가 강하다. 덕분에 마니아층과 단골이 많은 게 나비날다의 강점이자 활력이다.

"오래된 만큼 손님들의 취향을 꿰뚫고 있어요. '이 책은 그 친구가 좋아하겠다'싶으면 신기하게도 그 책을 사가더라고요."

최근엔 배다리에서 활동하는 '인천자매'와 함께 나비날다를 꾸미고 있다. 2층과 안채 공간을 활용해 직접 만든 물건들과 빈티지 소품을 진열해 볼거리를 늘릴 계획이다.

△동구 송림로 8


독립 출판물·헌 책 빼곡하게 … 바로 옆 문화공간 '북극홀'도

# 북극서점
한가로운 평일 오후, 20대 여성 한 명이 조심스레 북극서점 문을 열고 들어와 가게를 둘러본다. 색다른 책은 물론 특유의 빈티지스러움을 더해주는 인테리어와 소품에 이내 시선을 뺏긴다. "이 책 팔리고 나면 이제 없는거에요?", "사진 찍고 책 좀 구경하다 가도 될까요?" 버스에서 내려 특이한 가게가 있어 와 봤다는 이 손님은 자존감에 관한 책을 고르고는 자주 오겠다며 웃어 보인다.

'염 사장'과 '순 사장'으로 불리는 대표들은 2009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나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영화, 음악, 특이한 장르의 만화까지 취향이 비슷해 금방 친해져 작업실 겸 수다 떨고 노는 공간을 마련하자며 일을 그만두고, 지난해 12월 서점을 열었다.

다큐멘터리 '북극의 나누크'에서 불을 소중하게 다루는 이누이트족을 보고 인상이 깊었다는 그들. 나이를 먹을수록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고 건조해지는 스스로와 여러 사람들이 소중한 마음을 차가워지지 않도록 지키자는 의미로 '북극서점'이라고 이름 붙였다.

독립출판물과 헌 책이 빼곡히 채워진 이곳은 순수문학과 만화, 동화책이 주를 이룬다. 기묘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그들은 하루를 끝낸 뒤 아늑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다루는 편이다. 이곳 손님들이 꼭 한 번 들르는 곳은 바로 옆 '북극홀'이다. 늘 전시와 제2외국어 강좌, 단편 영화 제작수업 등 문화 소양을 살찌워주는 프로그램이 열려 여가를 풍부하게 해주는 아지트로 통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부평구 원적로 477-2


문학·문화·예술·인문학 다양 … 소장품 소개도

# 말앤북스
지난 달 9월 구월동에도 독립 서점이 문을 열었다. 대형 서점과 중고 서점이 떡 하니 있어 동네 책방에 대한 갈증을 느끼던 손님들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말띠' 동갑인 모녀가 함께 운영하는 '말앤북스'.

평소 글쓰기와 독서를 좋아해 친구들과도 만나면 늘 책 이야기로 시간을 보냈다는 장민영 대표. 그러다 문득 늘 북적대고 없는 게 없는 구월동에 독서 모임을 할 만한 서점이 없다는 아쉬움에 직접 나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방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많은 이들이 앉아 책을 읽고 쉴 수 있는 큰 탁자다.

그 옆엔 문학과 문화·예술, 인문학 서적이 예쁘게 누워있다. "책이 좀 딱딱한가요? 제가 건조한 책을 좋아하나봐요.(웃음)" 겉표지에 '샘플(Sample)' 테이프가 붙은 몇몇 책은 장 대표가 애정하는 개인소장품으로 손님에게 소개해주려 직접 가게에 내 놨다.

"우리 책방에서 글도 쓰고 책도 읽고 그냥 친구랑 놀 듯 편하게 쉬다가셨으면 좋겠어요." 편안한 휴식에 빠질 수 없는 커피 역시 장 대표의 작은 배려다. 다양한 메뉴에 책까지 있으니 아기자기한 북카페가 따로 없다.

이제 시작인만큼 장 대표는 하고 싶은 게 많다.

그는 "'말앤북스'엔 책 읽고 모임을 가지며 '말이 오간다'는 의미도 담겨있다"며 "우리 책방이 여러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랑방이자 작업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동구 문화서로 28번길 13-1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