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뜰마을사업 부지 빈집 20채...아픈 역사현장 보존은 숙제로
▲ 인천 부평구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전경. /사진제공=부평구
인천 부평구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 흔적이 남아 있는 미쓰비시(三菱) 줄사택의 일부를 다음 달 철거하기로 했다. 이 집들은 수십년째 흉물로 방치돼 왔다. 이번 계획에 일제의 아시아·태평양 진출 발판으로 전락했던 인천에 대한 '치유'가 얼마나 담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평구는 오는 11월까지 부평2동 미쓰비시 줄사택 87채 가운데 새뜰마을사업 대상 부지인 빈집 20채를 철거한다고 12일 밝혔다. 철거한 공간은 주차장으로 활용하다가 내년 상반기엔 '공동이용시설 건축공사'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부평구는 공동이용시설을 조성할 터(23필지) 중 90%를 매입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1938년 일제가 일본군 군수물자 보급 공장인 육군 조병창을 부평에 세울 무렵 지어진 공장 노동자 합숙소다. 집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어 '줄사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시 일본 광산기계 제작회사인 히로나카상공(弘中商工)이 사용하다가 재정난으로 1942년 미쓰비시 중공업에 공장과 합숙소를 넘겼다.

줄사택 일대는 빈집과 폐가가 늘면서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자 2015년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공모한 새뜰마을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마을 공동 시설을 짓는 등 주민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새뜰마을사업에 부평구가 줄사택이 지닌 근현대사적 의미를 어디까지 담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아시아 전쟁이 태평양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인천의 노동력을 일제에 수탈당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곳이다. 특히 지난 8월12일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고발하는 '징용노동자상'이 줄사택 근처 부평공원에 건립되는 등 일제강점기 시기를 재조명하기 위한 인천시민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정혜경 일제강제동원평화연구회 연구위원은 "지역민 삶의 질 향상과 역사 현장 보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평구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줄사택을 역사 현장으로 남기기 위해 무엇보다 주민들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철거 뒤 이어지는 설계 용역 등에서 전시관을 포함해 본격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