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것이 문화, 조직도 역동적으로 바뀌어야"
▲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개최한 '우수운영사례 및 아이디어공모전'에서 인천예총은 2년 연속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같은 성과는 김학균 인천예총 사무처장이 지난 10년간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었기에 가능했다.

역사에 비해 존재감 없었던 예총, 10년 만에 전국 우수단체로 바꿔
접근성 낮아 발길 끊겼던 소극장은 명작 엄선해 객석 90%까지 올려
70세 문화열혈청년의 오직 관심은 예술로 '시민들 삶의 질' 높이는 것


인천예총이 지난해 '최우수상'에 이어 올해는 '우수상'을 거뭐지는 쾌거를 이뤘다. 인천예총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가 지난 달 충북 충주에서 개최한 전국대표자대회에서 '우수운영사례 및 아이디어공모전'에서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예총 산하 전국 142개 연합회·지회 대표 등 4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지난해엔 1위, 올해는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인천예총이 이렇듯 괄목할만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김학균 사무처장의 열정과 그를 따르는 인천예총직원들의 노력 때문이다. 그는 솔선수범을 좋아한다. 지난해와 올해, 김 처장은 예총전국대표자대회에서 직접 PPT를 켜고 열변을 토했다. 언제나 그는 가장 앞에 서서 인천예총을 이끌어 왔다. 70세의 문화열혈청년. 김학균 처장을 가리키는 가장 적합한 말일 것이다.

"저보다는 우리 직원들이 고생한 결과이지요. 사실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켜 미안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인천시민들이 저희 예총의 노력으로 좋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있는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김 처장은 "인천예총의 존재감은 인천시민들의 성원과 응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인천문화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문화예술인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이 취임하기 전인 10년 전만 해도 인천예총의 존재감은 그 역사에 비해 매우 미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김재열 회장 취임과 함께 그가 사무처장 자리에 앉으면서 예총은 무섭게 변하기 시작했다.

김 처장의 취임하기 전 '고요한 호수'였다면 취임 후는 '거대한 파도'란 비유가 적절할 지 모르겠다. 그만큼 에너지 넘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변모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지역사회에서, 또 전국적으로 인천예총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인천예총이 움직이는 조직이며, 인천문화의 중심축이라는 인식을 심어 놓은 것.

당장 수봉공원 인천예총 건물에 있는 소극장의 관객수만 봐도 인천예총의 위상을 잘 알 수 있다. 지난해 내내 이 160석 규모의 소극장은 객석점유율 90프로를 유지했다. 수봉공원 꼭대기에 있는 관계로 교통접근성이 매우 낮아 거의 사람들의 발걸음이 없던 소극장에서 객석점유율 90프로를 유지했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수많은 작품 가운데 시민들에게 유익하고 좋은 작품만을 엄선하려는 김 처장과 예총직원들의 노력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나의 작품을 찾아내고 그것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직원들과 회의를 통해 작품성과 대중성의 공존, 관객들의 관심도, 출연진 등 면밀한 검토를 거칩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그런 작품들은 이미 관객들이 더 먼저 알고 찾아오지요."

그렇지만 직원들에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 수밖에 없다.
"공연이 끝나면 보통 10시가 넘습니다. 직원들이 한밤중에 귀가하는 날이 한 달에도 몇 차례 되지만 시간외수당 같은 것을 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명작들을 무대에 올리면서 시민들의 세금, 즉 인천시 예산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천예총은 지난 2014년부터 국비에 도전해, 2015년 3500만원, 2016년 6750만원, 올해는 1억3300만원의 국비를 타 냈다. 내년엔 더 많은 국비를 타내 인천시민들의 문화예술향유권을 크게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예술단체들이 시예산에만 의존한다는 말은 옛말입니다. 물론 시예산도 많은 도움이 되긴 합니다. 그러나 주위를 둘러보면 우리 노력으로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름진 밭이 널려 있습니다. 인천예총은 국비를 비롯해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분야는 최대한 응모를 해 최대한 많은 사업비를 타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처장은 "문화예술 국비는 대부분 복권기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얼마든지 사업비를 따올 수 있다"며 다른 문화예술단체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김 처장은 오늘 치러지는 인천도호부대제 준비에 바쁜 나날을 보내왔다.

"인천도호부대제는 인천예총이 15년 동안 해오는 행사입니다. 인천의 역대 부사 355명 중 351명의 공로를 기리는 행사이지요. 인천시민의 날(10월15일)을 맞아 인천의 조상님들을 함께 모시면서 인천의 발전과 번영을 기원하는 축제입니다."

김 처장은 그런데 인천도호부대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쉽게 말해서 인천도호부대제엔 당을 떠나 모든 지자체장이 와야 합니다. 그런데 여당 야당 당이 다르면 참석을 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가 정주하는 땅의 조상님들을 모시는데 여야가 따로 있어야 합니까?"

김 처장은 "문화예술이 좋은 것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점"이라며 "인천사람이라면 여와 야, 정치적 입장을 떠나 인천의 축제엔 다함께 적극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천을, 인천사람을, 인천문화를 끔찍히 사랑하는 그가 바라는 문화도시란 어떤 모습일까.

"문화는 도시를 활기차게 만들고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존재로 시민 앞에 다가서야 합니다. 문화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이며, 꾸준히 성장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문화란 꽃밭에 거름을 주고 물을 뿌려줘야 합니다. 그 역할을 바로 인천예총,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이 해야 하는 것이죠."

가을햇살을 받은 70세 문화열혈청년 김학균의 눈빛이 이글거렸다.



김학균 사무처장은 …


김학균(70) 처장은 1948년 인천 해안동 출신으로 신흥초등학교를 나와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며 1969년 건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김 처장은 졸업하던 해 경기도 시인 발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한 뒤 시인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쳐왔다. 1975년부터는 한국외환은행에 근무했으며, 1983년부터 인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예술가와 생활인의 삶을 병행해왔다. 1991년엔 계간 <학산문학>을 창간했으며 인천문인협회 지회장을 오랫동안 역임했다. 그는 인천예총 감사를 지낸 것을 비롯해 인천예총의 일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

인천문인협회의 역사를 담은 <인천문인협회 60년사>, 인천시 동구의 역사를 재밌게 기술한 <아 옛날이여>, 인천시 동구 역사도감인 <어제 그리고 내일>, 인천향토 시집 <문학산> 등 많은 책을 집필하거나 편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시인인 김 처장은 붓글씨와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서예와 동양화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글 김진국·사진 이상훈 기자 freebird@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