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자이테라스 '고질 침수'
"단지 전체 잠기고 산사태도"
배수시설 잘못된 설계 개선
퇴근·휴일 안가리고 현장에
폭풍속 관찰 목격된 뒤 회자
입주민 감사패 … 업무 돕기도
▲ 24일 자이테라스 입주민들이 공원일대 청소와 잡초 제거를 하고 있는 모습. 이날 주민 20여명이 모였다. /사진제공=광교자이테라스 입주민
"지난 여름 폭우로 아파트 단지에 물이 차오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주민들을 지켜준 공무원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수원시 전역에 폭우 피해가 속출하던 지난 여름. 위암 치료 중인 한 공무원이 퇴근도 마다하고 아파트 내 빗물이 역류하던 배수시설의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는 등 헌신(獻身)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런 헌신에 감동받은 주민들은 시와 구청에서 해야 할 각종 경관개선 업무를 돕고 나서면서 지역사회에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25일 시, 광교 파크자이 더 테라스(자이테라스) 입주민들에 따르면 268세대의 자이테라스 아파트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쌓인 지형 특성에 폭우로 인한 침수 등이 잦게 발생하는 '비 피해 우려장소' 중 하나다.

이 아파트는 국지성 호우가 잇따랐던 7월부터 단지 전체가 빗물에 잠기고, 인근 도로까지 마비되는 등 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주변 일부 산의 토사가 무너져 내리기까지 해 자칫 '인명피해' 우려까지 나오던 터였다.

실제 여럿 아이들이 토사에 미끄러져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소식을 접한 시는 즉시 관계부서를 현장에 파견, 종합대책을 구상했다. 하지만 시공사와의 이견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손을 쓰지 못하면서 '주민 공포감'이 확산되던 8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나선 이가 있었다. 주인공은 공원녹지사업소 이상규 팀장(49). 사업소로 발령받은 지 두 달된 이 팀장은 근무 초기 아파트 경비원으로부터 사태의 심각성을 들었다.

그날부터 이 팀장은 매일 근무시간은 물론 퇴근, 휴일까지 아파트 현장을 방문해 지형 및 배수시스템을 관찰했다. 한동안 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는 우의를 입고서 현장을 찾기도 했다. 3년여 전 위암 1기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던 중이었지만, '주민안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이 팀장은 집념의 관찰 끝에 배수방향이 아파트 입구로 잘못 설계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업소는 이 팀장의 분석자료를 근거로 우수를 우회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후 아파트 내 비 피해는 급격히 줄었다.

그는 "시에서 주민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예산 등 여러 이유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그분(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섭고 답답하니까, 직접 나서 안전을 지켜주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이어 "여건이 어렵다 할지라도 찾아보면 방법이 나오겠노라 믿고 행동했던 것이지, 나 혼자만 잘했단 것은 과찬"이라며 겸손해했다.

이 팀장의 헌신은 폭풍과 천둥번개가 몰아쳤던 지난 19일 밤 11시쯤 현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이 일부 주민에게 목격되면서 회자됐다.

주민들은 이 팀장 노고에 감사를 전하는 마음에 이달부터 열림공원, 쇠죽골천 일대의 잡풀제거·쓰레기청소 등 공원녹지사업소 업무를 돕고 나섰다. 이날은 직접 제작한 감사패를 시청에 전달하기도 했다.

자이테라스 주민 신지윤(39·여)씨는 "보통 방법이 없으면 해결에 나서지 않는 것이 공무원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주민안전을 지켜주는 새로운 모습에 감동받았다"며 "작은 보답 차원에서 앞으로 주민들이 경관개선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