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는데 꼬박 3년 … 그리고 14년간의 '긴 잠'
일촉즉발 한반도 함께 살 길은 '기적소리'뿐
▲ 비무장지대를 가로질러 남북으로 이어진 경의선 도로.
▲ 말끔하게 포장된 현재의 경의선 도로(2017).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나서야 끊어진 경의선 철길과 도로가 어렵사리 말끔하게 이어졌다. 원래 공사기간이 1년이었다. 2000년 9월에 시작해서 2001년 9월에 끝내기로 남북이 약속을 했다. 그런데 북한의 비협조로 2003년 10월에 끝났다. 꼬박 3년이 걸린 셈이다.

경의선 철길과 도로가 지나는 지점은 곡창지대였으며,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개성, 평양, 신의주까지 달리던 기찻길이었다. 문산과 개성 사이 장단역과 장단면사무소가 있었으며 마을도 꽤나 넓게 자리잡고 있던 곳이다.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이후 그 지역은 비무장지대로 설정되어 민간인은 단 한 발자국도 접근을 할 수가 없었으며 소수의 작전병력만 출입이 허용되었다.

그토록 넓은 장단평야와 마을은 풀숲으로 덮여있었다. 마을이 있던 곳에는 집터의 흔적과 마을 사람들이 사용했던 수많은 생활도구들이 널려있었다.

하지만 어렵사리 철길과 도로가 이어진지 14년이 지나도록 달리는 기차를 볼 수 없다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경의선 철길, 도로공사현장을 3년간 사진을 찍으면서 뼈저리게 느낀 것은 바로 '평화'였다. 하지만 그 '평화'는 어느 한쪽에서 희망한다고 찾아오는 게 아니다. 북한에게 그토록 많은 것을 베풀었으나 돌아온 것은 핵과 미사일개발로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가고 있을 뿐이다. 4강의 틈바구니에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다.

1950년 6·25일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전국토가 초토화됐으며 300여만명의 전사자와 1000만명의 이산가족이 셍겨났다. 그러나 그때의 전쟁과는 전혀 양상이 다르다. 우리 군도 현대화된 무기로 전군이 무장을 했기 때문에 북한이 또다시 오판을 한다면 결국 공멸한다는 사실을 군사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알 수가 있다.

북한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킨다면 승자도 패자도 없이 엄청난 인적 살상과 물적 파괴로 복구가 불가능한 땅으로 남아 강대국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남북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길은 오직 '평화'뿐이다. 제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법을 준수하고 남북이 잘살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경의선 기찻길로 기차가 힘차게 달리게 하는 것이다.

인천일보 창사 29년 특집으로 마련한 '통일의 길, 경의선'은 그만큼 한반도의 평화가 절실하기 때문이었다. 14년 동안 잠자고 있던 경의선 철도, 도로복원공사 현장을 인천일보의 지면을 통해서 알리게 된 것은 바로 희망과 미래의 결단이었다. 나는 연재를 시작하면서 작은 희망이나마 갖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3년동안 경의선 복원공사 비무장지대 현장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직접 두 눈으로 보면서 느낀 감정을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위기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가 어떻게든 정상으로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소망하며 연재를 마친다. <끝>

최병관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