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2일부터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열려
시와 사진이 있는 시사전(詩寫展)으로 출판기념회와 함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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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 년간 은행원으로 살며 사진 활동을 해온 사진가 유병용의 사진전 <寫眞, 말 없는 詩>가 오는 10월 12일부터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열린다. 2008년 인스탁스 사진전 ‘62x99mm’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갖는 스물두 번째 개인전이다. 시와 사진이 있는 시사전(詩寫展)으로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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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용

유병용은 소소한 공간에 머물고 있는 오브제들을 프레임 속으로 끄집어 내서 유려한 시어로 일체화시켜 의식을 꽃피운다. 꽃이든 정물이든 자연이든 소재와 상관없이 그만의 일관된 호흡으로 삶의 이야기를 중첩시켜 바다처럼 넓게 펼쳐 놓는 이번 전시에는 50여 점의 작품이 관객들과 마주하고 130여 점이 사진집에 실린다. 그의 사진들은 시가 되고 시는 사진으로 형상화된다. 보여주기 방식에서도 사진이 글을 품고 글이 사진을 증폭시키는 상생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펼쳐 놓는 독특한 사진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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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진은 보이는 것의 재현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라고 말한다. 그의 사진 대부분이 생활 주변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그래서 그는 이를 ‘일상의 변주’라고 말한다. 그가 고집스럽게 주장하며 작업하고 있는 ‘생활사진’은 현대사진의 큰 줄기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말해야 할 것들이 결코 멀리 있지 않고 삶의 주변에 있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 하나하나에 가벼운 존재의 무거움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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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용은 2010년 외환은행 은퇴 후 호남대학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데 열중해 왔고 현재 디지털사진연구소 사진티나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40여 년간 꾸준히 사진에 짧은 글을 덧붙이는 작업을 해왔다. 1988년 1월 첫 개인전 ‘장미’ 이후 ‘들꽃’, ‘벽의 표정’, ‘체. BODY’, ‘Oh, Canada!’, ‘포기해봐 뭔가 있을 거야’, 인스탁스 사진전 ‘62x99mm’ 등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왔고 사진집 ‘Rose’, ‘들꽃, 그 투명한 향기’와 시사집(詩寫集) ‘포기해 봐 뭔가 있을 거야’, ‘62x99mm’, 수필집 ‘바보초상-은행원 일지’ 등을 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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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중에서

흔히 사진은 말이라고 한다. 그렇다. 사진가는 오직 사진으로 말한다. 그런 데 나는 그 사진에 또 얘기를 덧붙인다. 사진과 글이 만나 어우러진다. 어쭙잖게 글쟁이를 흉내 내며 40년 넘게 내 사진에 글 붙이는 일을 즐기며 살아왔다. 이번 작업은 2006년 가을 [포기해 봐 뭔가 있을거야]를 발표한 이후에 만들어 진 것들이다. 살아온 뒤편을 되돌아 보는 의미에서 또 한차 례 내 삶의 튜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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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화가 곽희(郭熙)는 “화시무성시 시시무형화(畵是無聲詩 詩是無形畵)”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상 없는 그림이라고 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시모니데스(Simonides)도 “Painting is a mute poetry and poetry is a speaking picture” -그림은 말없는 시고 시는 말하는 그림이라고 했다. 동서고금을 통해 그림(사진)과 글의 상호관계에 대한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당나라 왕유(王維)의 그림과 시에 대해 “시중유화 화중유시(詩中有畵 畵中有詩)” -시 속에 그림이 있고 그림 안에 시가 있다는 소동파(蘇東坡)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사진과 글의 어우러짐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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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진에 곁들여진 짧은 글들이 굳이 시의 경지에 이르지 못해도 괜찮다. 글의 좋고 나쁨은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생산자로서의 작가]에서 우리가 사진가로부터 요구해야만 하는 것은 사진에 글을 붙일 줄 아는 능력이라고 했고 이를 통해 사진가는 사진을 유행적 소비품으로부터 건져내 사진에 획기적인 사용가치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글이 곁들여진 내 사진이 대단하게 그 가치가 상승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사진 속에 담겨 있는 내 속내를 풀어 놓은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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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언어는 그림(사진)이 지니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일정한 하나의 의미로 방향 지우게 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고 했다. 사진에 글을 붙이는 것이 자칫 관찰자의 시선과 사고를 일정한 방향으로 고정시키는 정박 기능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진과 글의 결합으로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고 사진을 [바라보는 것]에서 [읽어내는 것]으로 전환 해준다면 사진에 글을 곁들이는 것이 결코 무의미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관람자가 내 느낌과 의도에 친밀하게 반응하고 편하게 다가올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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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어차피 보이는 것의 재현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떠올리게 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나는 굳게 믿는다. 말로는 쉽지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내 사진의 대부분은 내 삶의 주변에서 얻어진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곧잘 이를 [일상의 변주]라고 말한다. 내가 고집스럽게 주장하며 작업하고 있는 [생활사진]은 현대사진의 큰 줄기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말해야 할 것들이 결코 멀리 있지않고 삶의 주변에 있다는 말이다. 따뜻한 가슴으로 애정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사진이 굳이 어렵고 난해할 이유도 없다. 그저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이해하고 공감하면 그걸로 족하다. 그렇다고 사진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고 가벼워져서도 안 된다. 


/온라인뉴스팀 onlin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