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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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타 먹고 나올게" 이게 무슨 말인가? 골프 치다 페어웨이를 벗어나 산기슭, 언덕이나 도저히 다음 샷을 할 수 없는 지역에 떨어져 난처한 경우 1벌 타를 받고 페어웨이로 나와서 플레이하는 방법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불가능하다. 마치 한 타를 받은 것이 꽤나 억울하고 때론 당당해 보이겠지만 엄밀히 얘기하면 실격이다. 한 타를 받겠단 의미는 룰에서 언플레이어블 볼을 적용하겠단 뜻이 된다.

여기서 잠시 해당 룰을 살펴보면 언플레이어블 볼 (ball unplayable)은 플레이어의 자유 선택이다. 다만 1벌 타를 받은 후 첫째, 원구를 최후로 플레이한 지점에 되도록 가까운 지점에서 플레이 해야 한다. 둘째, 홀과 볼이 있었던 지점을 연결한 직선상으로 그 볼이 있었던 지점 후방에 볼을 드롭해야 한다. 이 경우 코스 내라면 거리의 제한은 없다. 셋째, 그 볼이 있었던 지점에서 2클럽 길이 이내로 홀에 더 가깝지 않은 곳에 볼을 드롭 한다. 지난 7월28일자 본보의 필자 칼럼 '위대한 보기 플레이'는 바로 이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조던 스피스가 위의 두 번째 옵션을 선택해 볼이 있던 자리에서 적어도 50m 정도는 후방으로 후퇴하여 세 번째 샷을 실행해 보기로 막게 된 상황을 위대했노라 평한 것이다. 옆으로는 두 클럽밖에 옮길 수 없는 것이 룰이다. 그 자리 역시 도저히 다음 샷을 할 수 없는 깊은 러프였다.

"손님 OB티 있으니 나가서 치세요." 이 역시 점입가경이다. 우리나라 코스는 산악지형의 골프장이 많은마운틴 코스가 대부분이다. 벼랑을 깎아 세워 한 쪽 법면이 낭떠러지인 곳이 많다. 그래서 안전상, 경기 진행상 그런 곳에는 OB 말뚝을 설치한다. 문제는 OB가 나면 OB티라고 하는 특설 티가 주어진다. 룰에는 OB가 나면 제자리에서 다시 쳐야하는 법이다. 더 이상의 합의의 룰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혹하게 얘기하면 아무리 골프장이 설정한 룰인 로컬룰이 골프 규칙보다 선행된다 하더라도 이런 중대한 룰 위반은 있을 수 없다. 게다가 OB티가 있는 지역은 자신의 비거리로 도달할 수 없는 먼 곳에다 설치돼 있다. 필자는 골프를 해외에서 시작했다.

철저하게 룰이 준수되는 클럽 경기에 참가했다가 같은 티샷자리에서 4개의 OB를 계속해 기록한 적이 있다. 그때는 골프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룰도 잘 모를 때였다. 동반자가 다시 치라고 요구할 때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오르며 OB가 나지 않을 때까지 계속 볼을 쳤으니 파4홀에서 그만 12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같이 경기를 하던 외국인 동반자들이 야속하기보다는 타 수의 정확함과 룰 적용의 엄중함에 감명 받고 고마움의 표시로 오히려 그들에게 맥주를 샀다.

종합상사에 근무하던 직장시절, 주말에는 거래처 사람들과 골프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작은 내기라도 할 겸 각자의 핸디캡을 묻고 경기를 해보면 그들은 매번 돈을 잃곤 했다.

물론 출장 중이고 무더운 동남아의 날씨 탓도 있지만 하도 의아해 생각해 보니 그들의 핸디캡이 실제보다 낮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임을 알았다. 위에서 지적한 두 가지 예 외에도 더블 파 이상을 기록해도 더블 파로 적거나 첫 홀은 '일파만파'라며 봐주는 등으로 핸디캡이 낮아져 있었던 것이다. 볼의 라이 상태가 좋지 않으면 은근 슬쩍 옮겨 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착각은 핸디캡 산출 방식에 있었다. 핸디캡은 그날의 점수에다 규정 타인 71이나 72를 빼는 것이 아니다. 그 코스의 난이도를 나타내는 '코스레이팅'이란 수치를 자기 점수에서 빼야한다. 만약에 오늘 89타를 치고 그 코스가 파 72라면 핸디캡은 17로 생각하기 싶다. 그러나 그건 큰 오산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늘 치는 흰색 티는 보통 코스 레이팅이 69에서 70을 넘지 않는다. 이러니 본인의 핸디캡이 2-3개 정도 낮게 책정되는 착각이 일어난다.


룰 1조1항에 골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골프 게임은 골프 룰에 의거하여 1개의 볼을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에 넣을 때 까지 1타 혹은 연속적인 스트로크로써 플레이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라고 쓰여 있다 .골프 룰을 모르거나 지키지 않은 채 골프를 한다면 그것이 진정 골프를 하는 것인지 새겨 볼 중요한 대목이다. 내가 알고 있는 나의 골프 핸디캡에 거품이 잔뜩 끼어있지 않은 지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