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줄어 지자체 골머리
"비용 비슷 … 대부분 유지"
▲ 횡단보도의 증가로 실용성이 없어진 지하보도가 뚜렷한 활용방안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리모델링된 지하보도 송림아뜨렛길을 20일 오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이용률이 낮아져 애물단지 시설로 전락하는 지하보도가 늘면서 인천지역 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량 흐름보다 보행자 편의를 우선순위로 봐 지하보도 위에 횡단보도를 긋는 일이 거듭되는 중이다. 점차 거리 위 흉물로 변해가는 지하보도를 철거할 것이냐, 어떻게든 활용할 것이냐 갈림길에 서 있다.

20일 인천 부평구에 따르면 지난 18일 갈산동에 위치한 갈산지하보도가 전면 철거됐다. 199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갈산택지를 조성하며 만든 이 지하보도는 2003년 10월 주변에 횡단보도가 설치된 후 기능을 잃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고 어두컴컴해 각종 범죄 위험성이 있어 10여년 전부턴 아예 시설을 폐쇄해 왔다.

부평구가 이번에 지하보도를 메우고 지상 출입구를 철거하는 데 쓴 돈은 모두 2억5000만원이다.
부평구 관계자는 "동 주민센터와 연계해 풍물 연습장으로 사용하는 등 공간 활용 방안에 대해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수구는 지난 6월 갈산지하보도와 마찬가지로 횡단보도 설치 뒤 폐쇄했던 청학지하보도를 주민 편의시설로 리모델링했다. 공연창작연습실, 문화커뮤니티카페, 갤러리, 다목적실, 공동체사물함을 마련하면서 투입한 예산은 1억8000만원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철거 비용이나 리모델링해 유지하는 비용이나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동네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양쪽 모두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는 사업이라 대부분은 지하보도 자체를 현 상태에서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인천 자치단체가 현재 운영 중인 지하보도는 모두 10곳이다. 합한 면적이 4700여㎡에 이른다.

노인이나 임산부와 같은 교통 약자를 위해 횡단보도 신규 설치가 이어지면서 이들 지하보도 입지는 점점 더 줄 전망이다. 지난 8월 말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사거리에 횡단보도가 들어선 게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병원 앞 왕복 10차선 도로를 건너기 위해선 인근 지하보도를 이용해야 했다. 중구는 통행 불편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되자 6000여만원을 투입해 횡단보도와 교통섬을 세웠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