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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 인천, 삶이 즐겁다] 10. 근대문학의 뿌리를 찾아서

'미지의 낭만' 꿈꾸던 개항장, 시간이 멈춘 '문학창고'

2017년 09월 21일 00:05 목요일

앞선 문화도시들은 복지와 문화, 도시마케팅 등 소프트 콘텐츠 쪽에 예산을 집중 투자한다고 한다. 이는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시민이 행복한 풍요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함이다. 문화도시 인천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으로 보인다.

개항도시, 인천이 '문화도시'라는데 어디 가서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송도나 구월동 종합문화회관으로 갈까. 아니다. 그나마 '여기가 문화도시 인천'이라고 보여줄 만한 곳이 인천아트플랫폼과 한국근대문학관이 있는 중구 개항장이 아닐까.

인천을 대표할 만한 이야기가 담긴 '장소성'을 갖춘 공간이기 때문이다. 가을 꽃 냄새만큼이나 향기로운 책 냄새가 나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인천 근대문학의 뿌리를 찾아 본다.


▲한국근대문학관과 개항장

한국근대문학관은 2013년 9월27일 문을 열었다.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거리, 잠시 느리게 걷다가 멈추면 보인다. 1892년에 지어진 창고 건물이었으나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골조만 그대로 살려내서 리모델링했다.

한국근대문학 자료와 유물, 해설을 곁들여 종합적으로 전시하는 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문학 자료 3만여점을 소장하고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수장고,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곳 개항장은 외래문화와 만나는 첫 접점지대, 바로 그 현장이다. 인천은 외부세계로 나가는 통로이자 자본주의 아래에서 새로운 기회를 꿈꿀 수 있는 도시였으며, 근대적 노동자가 출현한 도시였다. 근대 문인들은 항구를 바라보며 낯선 세계에 대한 낭만적 동경을 꿈꾸었다. 개항도시 인천은 근대문화를 응축시켜 만날 수 있는 도시였다.

새로운 만남과 이별이 이뤄지는 바다와 항구는 외국의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인천을 배경으로 하는 시편들은 그래서 미지의 세계, 혹은 서구 문명에 대한 막연한 동경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김소월을 비롯해서 정지용, 김기림, 박팔양 등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시인들은 그런 인천의 모습을 낭만적 동경과 모던한 감수성으로 표현했다.


▲상설전시관 구성

한국근대문학관 상설전시관 1층에서는 1890년대 근대계몽기부터 1948년 분단에 이르기까지 한국근대문학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다. 최남선, 이광수, 김소월, 한용운, 나도향과 현진건, 염상섭, 정지용과 백석, 카프(KAPF) 소속의 작가 등 한국근대문학을 만들어 낸 주요 문인들의 작품 원본과 복각본, 동영상, 검색코너 등 한국근대학문학의 자산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다.

2층에는 특집코너 '인천의 근대문학'과 '핫 이슈-근대 대중문학 편'이다. 인천의 근대문학은 우리 근대문학에서 인천이라는 도시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인천에서 태어난 문인들은 누구인지 등을 영상다큐멘터리로 만날 수 있다. 부록으로 문학사 연표도 있다. 역동적인 도시 인천의 근대문학, 애정소설과 추리소설의 세계, 한국근대문학의 흐름을 살필 수 있다.


▲기획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상설전시 이외에 올 상반기에는 '소설, 애니메이션이 되다'를 기획전시했다. 하반기는 오는 26일부터 '한국근현대 베스트셀러전'을 선보인다. 이와 함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교육프로그램이다.

특히 세계문학강좌나 한국근대문학특강 등 매년 해오는 강좌 이외에 올해는 인천에 대한 강좌와 너무나재미있는 한국문학 강좌, 인문학강좌 등 3개 섹션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유종호·김우창 평론가가 기조강연하는 등 다채로운 시도를 했다. 또 올해부터 작가와 만남을 기획해 1달에 1번씩 현대 작가를 초청하고 있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근대 인천은 '별장' '피서지'

현대선 '분단의 아픔' '투쟁'



# 외부세계로의 통로

인천은 외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문이자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출구였다. 최초의 신소설 <혈의누>(1906)의 주인공 옥련이가 배를 타고 일본을 향해서 출발하는 곳이 인천이며, <봉선화>(1912)·<서해풍파>(1914)의 등장인물들도 인천에서 새로운 배움을 찾아 외국으로 출발한다.

또한 1900년대 초반 해외 이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민선은 이곳 인천에서 출발한다. 이는 <송뢰금>(1908)과 <월하가인>(1911)에 잘 나타나 있다.

# 근대문학에 나타난 인천

인천은 근대문학 속에서 경성의 학생들이 소풍을 오는 곳이거나 여름철 피서지이자 돈 많은 사람들의 별장이 있는 곳으로 형상화됐다. 최찬식의 <해안>(1914), 염상섭의 <이심>(1928),이효석의 <주리야>(1933), 이광수의 <사랑>(1938)에는이러한 인천의 모습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인천은 1930년대 일제가 대륙 침략을 감행하면서 인천항 근처로 대규모 공장이 들어섬으로써 공업도시로서 발전하게 된다. 강경애의 <인간문제>(1934)는 이런 시대의 변화와 노동자들의 모습, 노동자 도시 인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 오늘날 선물거래소와 같은 인천의 미두취인소는 일제의 경제적 수탈 기관이었는데, 일확천금을 노리고 모여든 사람들과 그들의 몰락하는 모습은 이광수의 <재생)(1924)과 채만식의 희곡<당랑의 전설>(1940)에 잘 나타나 있다.

인천이 배출한 근대 문인으로는 <상아탑> 잡지를 창간한 문학평론가 겸 수필가 김동석(1913~?), 유치진과 더불어 한국 근대 희곡문학을 대표하는 극작가 함세덕(1915~1950), 해방 직후 미군 흑인 병사의 처지를 당시 현실과 긴밀히 연결시켜 시로 형상화한 시인 배인철(1920~1947) 등이 있다.

# 분단 이후 현대문학 속의 인천

현대문학에 나타난 인천의 모습은 분단과 실향의 아픔을 그리는 문학('바닷가 소년' 1963, '포구의 황혼' 1987)과 노동자의 힘겨운 삶과 투쟁을 그린 작품들('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78, '쇠물처럼' 1987, '내일을 여는 집' 1991), 그리고 이주민의 소외된 삶을 그린소설('중국인 거리' 1979, '중국어수업' 2010) 등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도 인천의 섬이나 항구, 도시변두리의 삶을 시와 소설로 형상화한 성과('새떼들에게로의 망명' 1991, '협궤열차' 1992, '황금빛모서리' 1993, '고래를 기다리며' 1994,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 1997, '괭이부리말 아이들' 2000, '내마음의 협궤열차' 2000, '먹염바다' 2005)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인터뷰 /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 관장

"창작·유통·교육 한곳서 … '거점형' 북플랫폼 될 것"

▲국립한국문학관이 최근 서울로 사실상 낙점됐다는데, 인천의 입장은.

―문학관은 어떤 콘텐츠를 갖고 있는냐가 중요하다. 인천이 갖고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은 이미 한국문학과 관련,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훌륭한 콘텐츠를 선점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5년 동안 문학관을 운영하면서 쌓은 운영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운영노하우와 콘텐츠를 갖고 있기에 국립한국문학관일지라도 우리를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근대문학관은 거점형 문학관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다른지역에도 '문학관'이라는 이름의 공간이 있는데.

―다른 지역 문학관은 특정 작가나 특정 작품 등 콘텐츠가 제한돼 있다. 개별 문인이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관이기 때문이다. 반면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은 유연하고 확장성이 높다. 한국근대문학 전반에 대해 설명과 자료, 유물을 곁들여 전시하기 때문이다. 또 문학전공자들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서울에 개인이 운영하는 한국현대문학관도 문인 중심의 유물과 자료를 보여줄 뿐 한국문학을 역사적으로 개괄하고 있지는 않다.

▲문학관의 북플랫폼 등 확장 발전 계획은.

―상설전시실이나 기획전시실이 좀 비좁은 것이 아쉽다. 앞으로 현 인천문화재단 청사를 이전하고 그곳을 문학관 별관처럼 특별전시실로 운영할 계획이다. 그러면 중장기적으로 한국근대문학관은 레지던시와 전문도서관, 전문서점, 카페가 들어서서 창작과 유통, 향유(소비), 교육이 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북플랫폼과 거점형 문학관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덧붙이고 싶은 말은.

―개항장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과 인천아트플랫폼은 관광지라기보다는, 문화시설로 인식했으면 한다. 이곳은 인천의 역사를 잘 보존하면서 문화적으로 재활용한 아주 중요한 공간이다. 2009년 아트플랫폼이 들어서면서 이 지역이 활성화된 만큼 가치가 높다. 어느 지역이 얼마나 활성화 됐는지를 알아보는 지표로는 사람 수를 헤아리는 계량화 지표 이외에도 그 지역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질적 지표가 있는데, 그런 부분에서 중요한 기여를 하는 공간이다. '아, 인천이 이런 곳인지 몰랐다'고 인천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 장소가 이곳이다. 여기를 잘지키며, 적정수순의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문화적으로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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