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주간

"어이, 인천 짠물!" 군대에서 흔히 듣던 얘기이다. 신입 졸병이 들어오면 고참들이 처음에 물어보는 말이 "어디 출신이냐"였다. "인천 출신"이라고 하면 으레 "인천 짠물~"이라고 응수했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아니면 소금이 많이 생산됐던 곳이어서 인천 사람들에게 '짠물'이라는 별명이 붙지 않았나 여겨졌다. 아울러 짠물이라고 부르는 말이 그다지 싫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저 하는 일이 야무지고 근성을 갖고 있어서 인천 출신들에게 그렇게 부르는가 보다 했다. 그런데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왜 유독 인천만 짠물이라는 별칭을 얻게 됐을까?

#인천 '짠물'로 유명… '뻥'없고 솔직하다는 얘기
또 하나. 인천은 '짠물 당구'로 유명했다. 인천을 제외하고 전국 어디를 가서 4구 당구를 칠 때면 "짜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인천 사람들은 그만큼 당구 수에서 허세와 거짓을 부리지 않고 친다. 시쳇말로 '뻥'이 없다는 얘기다. 당구를 치는 족족 인천 사람들이 승리하니 그럴 만도 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그래서 인천인들과 당구를 칠 때면 자기 당구 수를 낮추는 '해프닝'도 벌였다. 요행수가 통하지 않는 당구 세계에서, 인천 사람들이 그 진가를 여지없이 발휘했다는 평가다.

짠물은 바닷물을 일컫는다. 짜다는 것은 소금 맛을 갖추었다는 말이다. 싱겁다에 반대말이다. 마음에 달갑지 않거나, 인색함을 속되게 부를 때도 '짜다'라고 한다. 다소 부정적인 말이긴 해도, 소금이 없었으면 인류사가 어떻게 됐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소금은 정말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건강을 염려해서 짜게 먹는 것을 줄이기도 하지만, 소금이 없는 세상을 한번 상상해 봐라. 우리는 짠맛을 통해 음식의 부패도 막고 먹을거리를 오래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사람들에게 소금처럼 살라는 얘기를 비유적으로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인천시립박물관이 몇 해 전 인천의 대표적 이미지로 굳어져 있는, '짠물'의 유래를 알아보는 기획 전시회를 열었다. 제목은 '인천 짠물에 대한 해명'. 다른 지방 사람들이 흔히 비아냥거리는 투로 쓰는 '짠물'이 어떻게 해서 생긴 별명인가를 제대로 알려주려는 시도였다. '인천이 짠물이라구?', '소금이라 짠물이다', '맹물보단 짠물', '인천이 짠물인 이유는 세상이 싱겁기 때문이다'라는 4개 주제로 나눈 전시였다.

여기서 인천이 '짠물'이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는 바닷물과 염전, 소금 덕분이었다고 설명한다. '세종실록지리지'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시대 지리서에도 소금이 인천의 특산물로 나온다. 인천은 소금을 생산하기에 아주 적합한 자연 환경을 지니고 있었기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염전이 1907년 주안에 생겨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짠물 인천'의 이미지가 이들 염전이 없어진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인천 짠물'은 이러 저런 까닭이나 근거로 인해 긍정적 의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내년 지방선거 '소금'과 같은 존재 필요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정치 지망생들이 부쩍 늘었다. 현직 자치단체장과 시·군·구의원들도 저마다 '세 불리기'에 열을 올린다고 한다. 여기에 인천시장 선거에 나서겠다는 국회의원들의 하마평도 무성하다. 나름대로 정치에 대해 일가견이 있고 뜻을 품은 이들이겠지만, '내 실력과 자질이 얼마나 될지'를 한번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이들이 어떻게 '인천 발전'을 위해 일하겠는가 여부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정말 '내가 적임자'인가를 다시 톺아보라는 얘기다.

#야물고 근성 가진 지역일꾼 기다려져
'짠물 당구'에서처럼 자기 실력에 대해 허풍을 떨지 않고, 속임수를 부리지 않는 정직한 정치인으로서 맞는가이다. 시민들이 내는 세금을 허투로 쓰지 않고, 소중하게 여기는 일꾼들을 기다린다. 시민들에게 늘 겸손하고 소통·공감을 잘 하는 자세로 다가가는 이들도 그립기만 하다. 그렇게 해야 진정한 '짠물 일꾼'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무엇보다 하는 일마다 야물고 근성을 가진 정치인들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