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참여 96%·피해는 0.6% … 실효성 논란
'독립공간 개별응답' 원칙 어기고 한 교실서 치러
"날 괴롭힌 애가 옆에 있는데 학교폭력 설문지에 답할 수 없었어요."

인천시교육청이 다음달 27일까지 2017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한다고 19일 밝혔다.

조사는 온라인 개별 응답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한 교실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클릭하고 마무리 짓는 상황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육부 조사 문항을 준용해 매년 2회 학교폭력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이번 2차 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대상이다.

시교육청은 지금까지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0.6% 수준으로 전국 평균 0.9%보다 낮은 반면 조사 참여율은 약96%로 상당히 높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조사결과가 현실의 학교폭력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는 미지수다.

학생 개인이 관련 홈페이지에 접속해 독립적인 공간에서 응답하는 것이 기본 조사방법이지만 인천의 일부 학교들이 이를 어기고 있어서다.

우선 초등학생의 경우 온라인 참여 절차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교사가 지도하는 동시에 다함께 조사를 끝내는 사례가 있다.

중·고등학교는 입시 준비 등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학생을 배려하기 위해 수업시간에 한꺼번에 치르기도 한다.

주로 학교 컴퓨터실을 이용해 같은 반 학생들이 동시에 조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다보니 솔직한 응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해자와 피해학생이 한 공간에 있는 자체만으로 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답하기에 심리적 압박이 생기기 때문이다.

조사가 시작된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문항으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구별없이 설문을 한다는 점도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전수조사와 표본조사 등 방식을 세분화해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개선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