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가 지난 15일 진행한 강연회에서 인천시립박물관 배성수 컴팩스마트시티 부장이 '박물관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은 엄숙한 곳이고, 조금은 불편한 곳이라고요? 친구와 웃고 떠들어서는 절대 안 되고, 발뒤꿈치도 들고 다녀야 할 것 같다고요? 이런 질문에 인천시립박물관 배성수 컴팩스마트시티 부장은 "아니요!"라고 대답한다. 그는 박물관이 친구와 차를 마시거나 데이트를 위해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박물관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고 뛰어놀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단지, 진짜 떠드는 시간은 '다른 관객들이 없는 때'라는 단서(?)가 있기는 하다.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는 지난 15일 '박물관 미술관 연계 창의체험활동' 2회차 강연회를 열었다. 인천문화재단 칠통마당에서 진행된 강연에서 배성수 부장은 '박물관의 정의와 기능'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그가 소개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박물관 이용설명서' 속으로 들어가 본다.

● 박물관은 백화점이다

배성수 부장은 박물관의 기본 구조는 백화점과 같다고 설명한다. 두 곳 모두 진열장 안에 물건을 두고, 사람들에게 내보이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이라면 백화점은 물건을 팔지만 박물관은 유물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물관에 진열된 유물은 감상이나 교육을 목적으로 전시되어 있다.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이 모두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 친구를 만나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고 애인과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이런 고객을 위해 백화점 대부분은 지하나 꼭대기 층에 식당과 카페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요즘 새로 짓는 박물관에도 카페나 식당이 들어서 있다. 시설이 좀 더 좋은 곳에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이제부터는 박물관에서 친구나 애인을 만나는 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 그래도 박물관은 불편한 곳

이처럼 백화점이나 박물관이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도 박물관은 여전히 불편하다.

박물관 안에 있는 카페나 식당도 단순한 편의시설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람들의 마음 속 박물관이 편한 공간으로 기억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배성수 부장은 '어릴 때 반복된 박물관 관람의 경험 탓'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때 단체 관람으로 처음 박물관을 찾는다.

시간도 평균 30분 안팎에 그친다. 어른들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리는 관람을 30분 안에 서둘러 끝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관람이 될 수가 없다.

학생들을 뒤따르는 선생님 입에서는 "조용히 해!, 뛰지 마!"가 떠나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도 신경질적으로 이런 말을 되풀이하기 마련이다. 그 동안 아빠는 박물관 밖에서 담배를 피우며 가족들이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 박물관과 친해지기

배성수 부장은 아이들에게 박물관의 문턱을 높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박물관이 '즐겁고 재미난 공간'이라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심어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그 아이들이 자라서 친구를 만나고 데이트를 위해 박물관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들 먼저 박물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부모 스스로 선입관을 허물고 박물관과 가까이 하라는 제안이다.

박물관 측도 이런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른들도 이해하기 힘든 전시와 설명으로 아이들을 이해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박물관을 즐겨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선결과제라고 역설한다. 재미있고 즐거운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는 '눈높이 전시'도 요구된다.

● 전시장의 숨은 그림 찾기

아이들이 박물관과 친하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전시 이해시키기'다. 그는 "모든 전시에는 기획자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전시품을 보고 지나치지 말고, 기획자가 전시를 통해 건네는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뒤 아이들에게 전시를 관람하는 방법과 스토리를 차근차근 이해시키라고 권유한다.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박물관을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인천의 박물관

"인천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형편은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그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시립박물관 위치에 대해 아쉬움을 감추지 않는다.

시립미술관이 없는 점도 문화욕구에 대한 갈증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부모들이 인천의 박물관을 외면한 채, 아이들을 서울로 데리고 가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인천에도 좋은 전시가 많고 교육적이고 재미있는 박물관도 많다고 추천한다. "시민들이 인천의 박물관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면, 좋은 시설도 늘어나고 전시도 많아 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 기대

배성수 부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시가 발표한 인천 뮤지엄파크 조성계획을 소개했다.

청량산 자락에 있는 시립박물관을 남구 학익동 동양제철화학 자리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이 곳에는 또 시립미술관을 비롯한 각종 문화산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오는 2022년경에는 우리 아이들이 인천에서 제대로 된 박물관과 미술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



평등학부모회 '박물관 미술관 창의체험활동'은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인천학부모회(공동대표 : 황진도·이은주)'는 교육여건 개선운동을 통한 민중교육권과 교육참여 확대, 민중적 교육과정 확보를 목표로 지난 2013년 6월 출범했다.

이를 위해 ▲특권학교 폐지 ▲무상교육 실현 ▲대학 평준화 ▲민주적 교육공동체 실현 등의 구호를 제시하고 있다.

평등학부모회가 지난 8일 시작한 '박물관 미술관 연계 창의체험활동'은 학부모와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을 3기로 나눠 진행한다.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은 이번 15일 강연에 이어 10월28일 덕수궁 현대미술관, 11월18일 국립중앙박물관 '독일 드레스덴 박물관 명품 특별전' 관람으로 이어진다.

2기는 부평아트센터에서 10월20일과 27일, 3기는 인천서부여성회관에서 11월3일과 10일 같은 내용으로 각각 열릴 예정이다.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은 '박물관 관람의 이해'와 '미술관 백배 즐기기' 등 어린이와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펼쳐진다.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