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스기사들의 졸음운전으로 인해 대형참사가 잇따르자 정부와 각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대책을 쏟아냈다. 정부는 지난 8월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과 첨단 안전장치 장착 등을 골자로 한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경기도도 때를 맞춰 서울 5개 주요 거점지 운행노선에 대해 '광역버스 운전자 쉼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나 경기도 대책 모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운전자 근로여건을 개선하고 첨단 안전장치를 장착해 사고 예방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워 보인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보상을 마련할 방법을 찾지 못해 아직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신규차량용 비상자동제동장치는 21억원만 편성됐다. 평균 가격을 감안할 때 400대 정도에만 지원되는 수준이다.

경기도는 버스 운행시간 2시간40분 이상일 경우 회차지에 정차공간을 조성해 운전자 교대와 휴게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쉼터는 운전자들의 졸음운전을 방지하고자 서울 강남역, 서울역 등을 운행하는 광역버스노선 5곳의 회차지에 설치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 대책을 발표한 지 2개월이 다 되도록 추진된 게 없다. 현재까지도 쉼터는커녕 휴게공간조차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주요 회차지 5곳은 높은 땅값과 극심한 혼잡도로 인해 공간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공직자들이 전혀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정책을 급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이유다.

경기지역 버스업계는 광역버스 운전자 쉼터 조성사업은 기사들과 업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한다. 즉, 현실성이 떨어진 급조행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도 관계자는 "현재 쉼터를 조성한 곳은 없고 향후 협의가 마무리되면 대책을 다시 발표하겠다"며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버스사고 이후 지난 7월까지 3건의 버스 졸음운전 사고로 인해 10명이 숨지고 16명이 크게 다쳤다. 정부는 다음 달 추석 명절 연휴 때 졸음운전으로 인한 유사한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운전자의 안전은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