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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영화사진진 제공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친구들의 화려한 일상. 이를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보잘것없는 삶을 사는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낀 적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증상을 가리켜 '카페인 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남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지칭하는 말이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는 적건 많건 누구나 마음속에 가지고 있을 법한 이런 열등감과 사회적 박탈감을 따뜻한 코미디로 담아낸 영화다.

비영리단체를 운영하는 브래드는 공무원인 아내 멜라니(제나 피셔 분)와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럼스 분)와 함께 사는 중상류층의 평범한 가장이다.

하나뿐인 자신의 부하 직원이 미래를 위해 금융업계로 이직하겠다며 사표를 제출하자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백악관 근무 경력에 베스트셀러 저자로도 유명한 교수 크레이그, 은퇴 후 하와이에서 안락한 삶을 사는 빌리, 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갑부 사업가 제이슨…

대학 시절 친했던 동창들은 하나같이 잘 나가는데 왜 나만 이렇게 불행할까? 내 인생은 도대체 어디부터 꼬여버린 걸까?

열등감에 휩싸인 그는 아이비리그에 지원하려는 아들 트로이와 함께 보스턴으로 캠퍼스 투어를 떠나게 된다.

그는 트로이의 음악적 재능이라면 하버드도 어렵지 않다는 말에 아들의 성공이 자신의 초라함을 보상해 줄 것이라는 상상을 하며 들뜨기도 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길에서 노래하며 행인들의 돈을 받는 거리의 음악가를 보며 뮤지션을 꿈꾸는 아들의 명문대 진학이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생각에 다시 우울해진다.

영화는 이렇게 하루에도 수십 번 극과 극을 오락가락하는 브래드의 마음속을 독백으로 들려주고 그의 머릿속 상상을 영상으로 코믹하게 펼쳐내면서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며 열등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브래드는 아들과의 여행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겉보기에 화려했던 대학 동창들의 이면을 보기도 하고 아들과 아들 친구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20대 청년 시절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면서 순간순간 깨달음을 얻는다는 점에서 영화는 47살 중년 남성의 성장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브래드 역을 맡은 벤 스틸러는 다소 과장된 면도 지닌 캐릭터를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소화해내면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코믹 연기는 관객을 킥킥거리게 하다가 마치 들키기 싫은 자신의 모습을 본 것처럼 뜨끔하게 만들기도 하고,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의 독백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현악기 선율도 불안한 그의 심정을 드러내면서 코믹함을 더한다.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제작사 플랜B의 신작으로, 작가, 감독, 프로듀서 겸 배우로 활동하는 마이크 화이트가 메가폰을 잡았다.

101분.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