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현의 노상인천

"서양 사람들은 우릴 보고 흑인이라고 합니다. 햇볕 아래서 하루 종일 농사짓기 때문에 그을려서 이렇게 검습니다. 여기 한국에 와보니 사람들 모두 얼굴이 희어서 백인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1955년 10월18일 하와이 원로교포 방문단 42명이 고국을 방문했다. 여의도공항에 내린 그들의 차림새는 한복도 양복도 아닌 반한반양(半韓半洋)식이었다. 그들은 50년 전 이민선을 탔던 바로 그곳, 인천을 방문했다.

공설운동장에 수 만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대대적인 시민환영회가 열렸다. 이어 시청과 갑문 그리고 자신들의 모금으로 세운 인하공대를 감격스럽게 시찰했고 공화춘(현 짜장면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회에 참석했다.

1902년 시작된 하와이 이민은 이른바 '헬조선'의 탈출이었다.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의 심정으로 제물포항 이민선에 몸을 실었다. 그 숫자가 1905년까지 1400여명에 달했다. 그들은 뙤약볕 아래 하루 12시간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다. 얼굴은 흑인처럼 검게 변했다. 그렇게 번 돈을 독립운동 자금에 보탰다.

인천 월미도에 있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은 12월3일까지 '새롭게 보는 하와이 한인 독립운동 자료전'을 개최한다. 독립운동에 앞장선 '대한부인구제회' 등 한인 여성들의 활동, 기독교와 천도교 등 종교단체의 민족운동, 김승율·김도라 부부 등 10명의 초창기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자료를 전시 중이다.

특히 이민 초기 민족단체 자강회의 협회보 '자신보(自新報)' 창간호와 하와이 이민 독립운동가 현순의 자서전 '현순자사(玄循自史)' 진본 등을 이번에 처음 공개했다.

인천은 한국이민사의 첫 줄을 장식한다. 한두 해 전부터 서울시의 '또 다른' 이민사박물관 설립 추진, 인천의 한국이민사박물관 '국립화' 추진 등의 움직임이 감지된 적이 있다. 역사성, 장소성을 비춰 봐도 이민사박물관은 '인천'이면 족하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알토란같은 이번 기획특별전을 보면 그것을 절감할 수 있다. "니가 가라 하와이?" 그래, 인천이 쭈욱~ 가면 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