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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고전 이야기] 정치는 사람이 모이게 하는 것으로부터 

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2017년 09월 12일 00:05 화요일
『논어』 자로(子路)편에서 섭공(葉公)이 나라 정치를 어찌 해야 하는지 공자에게 물었다. 공자는 "가까이 있는 이는 기뻐하고, 멀리 있는 이는 오게 하는 것입니다.(近者悅, 遠者來.)"라고 대답하였다.

당시 섭공의 잘못된 정치 때문에 많은 백성들이 나라 안을 떠돌거나 이웃 나라로 떠나 버렸던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나라에 세금을 내고 전쟁이 나면 병사로 징집할 사내들이 줄어들게 되자 나라의 근본 틀이 흐트러진 것을 바로 잡기 위하여 공자는 나라에 백성이 많이 모이게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하였던 것이다.

공자가 정치사상의 도리를 어쩌면 이리도 간단명료하게 집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정치행위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라 그저 나라 안의 백성들에게는 자기 할 일을 기꺼이 하며 살아가게 하고 멀리 있는 이들이 스스로 몰려와 함께 어울려 살게 하면 된다는 것이겠다.

나라라는 뜻의 國(국)자를 뜯어보면, 영토를 의미하는 '커다란 네모(口)' 안에 나라의 힘 혹은 무력을 의미하는 '창 과(戈)'자와 사람을 의미하는 '입 구(口)'가 들어 있다. 이것은 오늘날 국가라는 것이 영토·국민·주권의 3요소를 갖추고 있는 사회적인 집단이라고 정의하는 것과 일치한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는 큰 영토에 많은 사람이 살며 그들을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공자의 말처럼 나라에 일할 사람이 모여들게 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와 같이 주로 농사를 지어 먹고 살았던 나라에서는 더더욱 깊이 새겨두었던 말이었다. 농경국가는 나라 안에 식량을 생산할 백성이 많고 외적의 침략을 지킬 병력 자원을 많이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땅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애써 공부하고도 이 땅에서 먹고살 일거리가 없어서 일자리를 찾아 내몰리듯 이 땅을 떠나야만 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력난을 심하게 겪고 있는 일본에 외국인 근로자 수요가 늘면서 우리 젊은 인재들의 일본 취업 열풍도 한창 거세다. 지난해만 우리나라 젊은이 4만8000여명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하긴 일본의 임금 수준이 높은 데다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점에서 보면, 젊은 인재들의 해외 취업을 꼭 나쁘다고 할 것만은 아니다. 지금 같은 개방화 시대에 어디를 가든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나라 안에서 투자를 하지 않고 사내 유보금이라는 명목으로 금고 깊숙이 돈을 쌓아두기만 한다. 원가를 낮추고 노사분규를 피해 공장을 해외로 내돌려 국내에서는 인력 충원을 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산업의 생산 기반이 점점 힘을 잃고 있어 우려스럽기만 하다.

그뿐 아니라 자동차나 반도체와 같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앞서 있는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체에서 훨씬 높은 임금을 제시하여 우리나라 중견 인력들을 빼간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 중국의 기술력이 우리나라 턱밑까지 쫓아와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는 더 이상 농경사회도 아니고 다른 세상과 담을 쌓고 우리끼리만 살아갈 수도 없는 글로벌사회에 도달해 있다. 그렇지만 출산 인구는 눈에 띠게 줄어들고 있고,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젊은 인재들과 산업 발전에 꼭 필요한 중견 인력들이 속속 해외로 속속 빠져 나간다. 그들이 남의 나라 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을 또 어찌 바라보아야 할지 안타깝기만 하다.

/문승용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초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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