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함민복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갑니다
진달래꽃 술렁술렁 배웅합니다
앞서 흐르는 물소리로 길을 열며
사람들 마을로 돌아갑니다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삶에 지치면 먼발치로 당신을 바라다보고
그래도 그리우면 당신 찾아가 품에 안겨보지요
그렇게 살다가 영,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당신이 될 수 있겠지요


이별은 아프다. 아니 아픔을 넘어 목숨이 끊어지는 것처럼 절망스러움을 동반한다. 그러나 출생에서부터 이별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으니, 어느 누구와의 이별이라도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우리 앞에 불현듯 닥친 이별은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아픔의 수렁으로 우리들을 빠뜨리고 만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기도한다. '당신을 볼 수 없게 되는 날'이 내게 오더라도, 뼈저린 체념과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지난날을 후회할지라도, 이별을 좀 더 유예해달라고.

이 시의 미덕은 거기에 대한 서정적 답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별의 상황이 오히려 '당신 품에 안'기는 재회로 나아가는 것. 누군들 이별이 두렵지 않으랴마는 스스로 정신적 몰입을 통해 '이별=재회'라는 승화에 이르기까지 감내해야 하는 상처와 눈물은 가벼운 것이 아니다. 마치 임을 잃은 한용운이 '당신은 떠났지만 나는 당신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비장히 읊조렸던 것처럼.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청북도 충주에서 태어났으나 젊어서 강화도에 들어와 새 움을 틔운 인천의 중견시인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이별을 딛고 머나먼 길을 에돌아 강화의 품에 안긴 것일까.

그의 작품 중 '눈물은 왜 짠가?'라는 산문집을 기억하는 독자들이 많을 터인데, 그는 절제된 한국적 서정시를 즐겨 발표하여 이미 문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한국 서정시의 계보를 잇는 시인이 우리 가까이 거주하고 있음이 행복하고, 시 한 편으로도 생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수 있다는 데 나는 안도한다.

이별은 더 이상 아프지 않다. '당신 품에 안겼다가 떠나'갈 날이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으나, 그것이 당신 품에 다시 안기는 길이라면, 기꺼이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권영준(시인, 인천부개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