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농업 전문 민간단체가 만들어진 인천은 지난해 연말 기준 7504개의 도시 텃밭에 4만3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도시농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이제 도시농업을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서 여러 사회 분야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사진제공=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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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도시농업이 붐이다. 도심의 자투리 공간이나 아파트 베란다를 텃밭으로 활용해 취미, 여가 등의 목적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 도시농업이 도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도시농업 인구는 최근 6년간 전국적으로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도시농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겠다. 도시농업 전문단체로는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도시농업의 실상과 과제를 통해 도시농업의 비전을 살펴본다.

● 도시농업이 대세

농립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6년말 기준 도시농업 채소류 재배면적은 951ha로 전체 채소류 재배면적 22만5000ha에 0.4%에 불과하다. 토지이용율과 생산효율은 전업농의 70% 수준으로 도시농업에 의한 채소 생산량은 전체 채소생산량의 0.2% 수준에 달한다.

부평구가 올해 초 갈산근린공원 내 공영 텃밭을 조성해 구민들에게 분양했더니 채 4평이 안되는 12㎡ A형 36개 텃밭 경쟁률이 4대1을 기록했다.

올 3월 도시농업 전담팀을 신설한 부평구는 부평도시농업네트워크를 창립하는 등 인천에서 도시농업 활성화를 위해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공공 및 민간 옥상에 공동체 텃밭을 조성하고 공폐가 부지에 텃밭을 꾸려 학생들 교육에 활용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도시농업이 근교 주말농장이나 마당을 가진 집들에서 주로 이뤄졌다면, 근래에는 허락된 땅이 없더라도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을 활용하는 형태로 확대하고 있다.

인천시도 지난 5월 시민을 대상으로 아파트 베란다에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텃밭 상자 2개와 배양토를 분양하는데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 한다.

그렇다면 도시민들이 도시농업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얼까?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농업은 생명을 다루는 업(業)으로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삭막한 도심에서도 누군가는 농사를 통해 삶의 피로와 애환을 위로받고 또 누군가는 이웃과 공존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며 "어린이는 생명의 신비를 체득해 그 경험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노인은 노동의 기쁨을 이어갈 수 있어 새로운 여가활용 및 심신수양으로써 도시농업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툭하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먹거리' 파동도 한 몫을 했다. 살충제 계란이나 광우병, 조류인플루엔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 인천의 도시농업

본격적인 도시농업에 대한 조직체가 만들어진 것은 2007년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도시농업네트워크'가 인천에서 결성됐고 전국적인 도시농업 활동의 모태가 됐다.

김충기 대표는 "새로운 풀뿌리운동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고 오랜 기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던 인천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농업을 통한 도시의 대안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때마침 귀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시농사가 대중화되는 시점이었다. 상자 텃밭 보급 운동이 시작됐고 자치단체에서도 도시 텃밭을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특히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이후 '도시농업공원'이 시도되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인천에서는 2011년 남동구가 공공주말농장을 개설했고 부평구에서는 도시농업공원을 만들었다. 2012년 연수구가 2개의 도시텃밭을 개장했고, 이듬해 송도국제화복합단지 1호근린공원을 조성하면서 텃밭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정체되는 듯 했던 인천의 도시농업은 최근 들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인천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도시농업조례를 제정할 정도로 관심을 높아졌다. 남구와 부평구는 도시농업전담팀을 만들어 운영중이며 중구도 최근에 도시농업팀을 신설했다.

남구는 관교공원 일원에 도시농업지원센터 부지를 마련하고 올해 텃밭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분양했다. 부평구는 갈산근린공원에 시민텃밭을 조성해 분양을 하고 올해 한 곳의 텃밭을 더 조성할 예정이다. 중구는 영종도에 젓개농업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이 텃밭을 분양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인천지역에는 7504개의 도시 텃밭에 4만3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는 상자 텃밭을 포함할 경우 상당한 시민들이 도시농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가까운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2007년 전국의 도시농업을 선도했던 인천에서 다시금 도시농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인천지역의 도시농업에 대한 통합적인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의 요구가 높은 텃밭 보급이나 상자 텃밭 나누어 주기에만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천시 차원의 도시농업 관련 전담인력 배치와 함께 도시농업을 먹거리 생산뿐 아니라 도시환경, 건강, 공동체, 일자리, 복지 등과 같은 기능과 연계시킨 인천시 차원의 도시농업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충기 대표는 "지속가능하게 발전하는 도시농업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인천시 차원에서의 단계적인 목표설정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도시농업은 어린이들에게는 신체적, 정서적 발달을, 노인층에는 새로운 일자리를, 청소년 및 장년층에게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유력한 매개체인 만큼 공동체 복원이라는 개념으로 민·관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


"도시텃밭은 나눔과 공유의 연결고리"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

창립 10주년을 맞아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행사와 토론회를 준비중인 김충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대표는 도시농업을 건강한 먹거리 생산에서 여러 사회 분야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도시민은 농사체험을 통해 농촌과 친환경농산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이는 농산물 직거래, 체험농장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관련 전문가를 양성해 공동주택, 복지시설, 공원 등에 도시텃밭을 결합하면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복지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얼마전 회원들과 미국 서부지역 도시텃밭을 둘러 보고 와서는 이 같은 결심이 확고해졌다.

그는 "미국 시애틀의 경우 전담부서를 두고 공공장소에 대부분 텃밭을 운영토록 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반드시 이웃과 공유할 수 있는 텃밭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텃밭 운영자들도 농산물의 일부는 기증을 하는 것이 생활화 됐다. 인천에서도 중·고교생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텃밭을 운영하고 생산품을 푸드뱅크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된 적이 있는데 호응이 높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를 양성하고 전문가를 통해 텃밭이 운영되며 텃밭을 일구는 도시민들이 생산물의 일부를 사회와 공유하고 이를 통해 농업이 가지는 절대 가치, 나눔과 공유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 도시농부들의 생각인 것이다.

김 대표는 "도시농업과 사회·복지분야와의 연계, 도시공동체 복원 등의 계획을 담은 체계적인 정책마련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전담부서 설립, 민·관협력 방안 등이 제시돼야 한다"며 "인천에서 도시농업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창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칭우 기자 ching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