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수 인천시 행정관리국장
인천, 부산, 대구, 광주, 울산, 포항에는 모두 '남구'가 있다. 이 많은 남구 중에 내가 살고 있는 고향 남구는 어디일까? 어느 나라, 어느 도시든 각기 고유한 이름을 갖고 있다. 또한 지명 속에는 우리 조상의 사고와 의지, 생활 모습 등이 담긴 지명도 있어 문화 발전의 역사가 있는 지역 공동의 귀중한 유산으로 가치를 갖는다.

인천은 광복 후 1949년 8월15일 지방자치법 시행에 따라 인천부에서 인천시로 바뀌었다. 1968년에 중구, 동구, 남구, 북구(4개 구)를 설치한 구제(區制)를 실시했다. 오늘날 남아 있는 중구, 동구, 남구의 구명(區名)은 이때 만들어졌는데, 당시 전국적으로 이러한 방위 개념의 명칭들이 사용됐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도시 구성과는 전혀 엉뚱한 방향을 가리키는 방위명(方位名)으로 남았고, 단순 방위개념으로 무형의 문화유산을 구명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인천시는 인천 가치재창조 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 12월14일 남구, 동구, 서구 등에 대해 명칭 변경에 동의하는 '자치구 명칭변경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동구와 남구의 경우 지역의 역사와 미래가치를 고려한 명칭으로 변경하는 데 대한 지역주민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동구는 명칭변경 찬반 주민의견 조사 결과 79.3%가 찬성해 새로운 구명칭 공모 및 선호도 조사를 통해 '화도진구'로 선정, 동구의회 의견수렴을 위해 상정했으나, 의회에 상정이 보류되어 있다. 남구는 명칭변경 주민의견조사 결과 56%가 변경에 찬성해 새로운 구명칭을 공모하고 남구 전 세대 의견수렴을 통해 '미추홀구'로 선정했다. 이어 남구의회와 인천광역시 의회를 거쳐 지난 7월 5일 행정안전부에 건의해 2017년말 법률 제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자치구 명칭변경과 관련해 일부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주민들의 반대 이유는 불필요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 명칭변경 뒤 생길 수 있는 혼란 등이다. 한 주민은 "남구라는 명칭이 익숙하다. 아무 불편도 없는데 왜 바꾸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라고 말한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편안함과 익숙함으로 단순 잘못된 방위개념의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남구'라는 이름은 머지않은 훗날 후손들에게 단순한 사실(남쪽에 위치하지도 않은 '남구')조차 결코 물려줄 수 없을 것이다.
단순 방위개념의 자치구(區) 명칭 변경은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사례로 타 자치단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인천시를 주목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는 지역 발전과 변화의 노력으로 지역의 특성이나 역사성을 담은 읍·면·동 행정 명칭을 변경한 사례가 있으나 자치구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인천시 남구가 최초다.

300만 인천의 자치구 명칭은 지역만이 지닌 역사적 가치나 특성을 살리고 대내외적으로 지역을 알리는 글로컬(Glocal) 시대의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남구의 새로운 명칭인 '미추홀구'로 법률제정 작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구의 새로운 명칭(화도진구) 변경도 구의회의 의견수렴 절차를 잘 이행해 남과 다른 더 좋은 명칭을 찾고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구의 명칭 변경도 종합적인 검토와 추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