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농협안성교육원교수


올 여름은 긴 장마와 폭염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그랬던 여름도 지나가고 처서(處暑)를 맞는다. 드디어 가을을 준비해야 할 때다.

23일은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는 절기인 처서이다. 처서는 24절기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의 하나로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든다. 이 무렵이 되면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처서가 지나면 더 이상 풀이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한다. 예전의 부인과 선비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말렸다고 한다. 이 무렵에는 파리와 모기의 극성도 줄고 귀뚜라미가 나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을의 기운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왕성해야 하고 날씨는 쾌청해야 한다.

그래서 농업인들의 마음은 노심초사이다. 이 무렵이 벼가 패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할 수 있다. 무엇이 한꺼번에 성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한다.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성장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심신을 추스르던 휴가가 끝나고 이제 갈무리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이다. 독서에 좋은 계절임은 물론이거니와 올 한해 노력의 결실이 풍성하게 맺는 시기이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일정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하는가에 따라 올해 수확량에 차이가 생긴다. 이제 차분히 가을을 맞으며 올해 계획했던 일들을 재점검하고 휴가로 얻은 힘을 다시 내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