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억원 투입된 '택시운전사' 극장매출만 820억원
틈새 노린 코믹·공포·가족영화 '깜짝 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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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산범'

'흥행은 신의 영역이다'. 그만큼 흥행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영화계 속설이 올여름 극장가에서도 어김없이 증명됐다. 각 배급사가 앞다퉈 최대 성수기에 '텐트폴'(가장 흥행에 성공할 만한 작품) 영화를 내놓았지만,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올여름 시장의 특징은 극장 관객 수 급감 속에 '군함도'의 예상 밖 부진, '택시운전사'의 천만 영화 등극, 틈새시장을 노린 영화들의 깜짝 흥행 등으로 요약된다.

◇ 관객 수 485만명 줄어…흥행작 부재·잦은 비

21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 극장 관객 수는 4천529만9천955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5만1천200명(9.7%↓)이 줄어든 수치다.

아직 8월이 열흘 정도 남았지만, 여름 휴가가 마무리되고 개학 시즌인 점을 고려하면 관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관객이 급감한 것은 '덩케르크', '군함도' 등 여름 기대작들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친 데다, 비가 오는 날이 많으면서 무더위를 피해 극장을 찾는 발길이 예년보다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7월 관객 수는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 비운의 '군함도'…해외 수익 기대

올여름 시장의 최대 이변은 CJ E&M이 투자 배급한 '군함도'의 흥행 부진이 꼽힌다.

총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된 '군함도'는 21일 기준 약 655만명을 불러모아 극장매출만으로는 손익분기점(700만명)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봉과 동시에 불거진 스크린 독과점과 역사 왜곡 논란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개봉도 하기 전에 인터넷상에 쏟아진 '별점 테러' 등으로 영화 자제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측면도 크지만, 각종 논란을 잠재울만한 작품성을 보여주지 못한 점도 흥행 부진 요인으로 지적된다.

CJ E&M은 올 초 '공조'를 흥행시켰지만, 2월 '조작된 도시'(251만명), 4월 '임금님의 사건수첩'(163만명), 5월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94만명)에 이어 '군함도'까지 연달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면서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로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다만, '군함도'의 경우 113개국에 선판매가 이뤄진 데다 북미와 태국, 미얀마, 홍콩 등 13개 국가에서 최근 개봉해 호평을 받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CJ E&M 관계자는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매출 100만 달러를 돌파한 데다 홍콩,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개봉해 흥행 순위 상위권에 오르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CJ E&M은 당초 '군함도'의 감독판 개봉도 고려했으나, 개봉하지 않기로 정했다.

◇'택시운전사' 극장매출만 820억원

올여름 최대 히트작은 올해 첫 1천만 관객을 돌파한 '택시운전사'다. 총 제작비 150억원이 투입된 '택시운전사'가 지금까지 올린 극장매출은 약 820억원. 최종 정산이 이뤄지면 투자자들과 배급사 쇼박스, 제작사는 적지 않는 수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통상 극장매출은 세금 13%를 제한 뒤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나눈다. 극장이 가져가는 몫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서 배급 수수료(10%)와 총제작비(150억원)를 빼고 남은 수익을 투자사와 제작사가 6대 4로 나누는 구조다. '택시운전사'는 신작들의 공세에도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하는 등 장기흥행 조짐을 보여 매출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오는 22일에는 송강호와 장훈 감독을 비롯해 영화의 주역들이 서울 극장가를 찾아 관객을 만나는 등 흥행 불씨를 계속 살려 나갈 계획이다.

쇼박스는 올해 5월 개봉한 '특별시민'이 흥행에 실패했으나, 지난 3월 비수기에 선보인 '프리즌'과 '택시운전사' 2편을 흥행시켰다.

◇ 틈새시장 노린 코믹·공포·가족영화의 깜짝 흥행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청년경찰'은 올여름 극장가의 다크호스였다. 신인 김주환 감독이 연출한 '청년경찰'은 총제작비 70억원이 투입된 중간 규모 영화로, 손익분기점 200만명을 훌쩍 뛰어넘어 4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무거운 역사 소재의 대작들 속에서 박서준·강하늘, 두 청춘 배우의 풋풋한 활약을 그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최근 몇 년간 '덕혜옹주'를 제외하고 이렇다 할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롯데는 올해 들어 줄곧 틈새 전략을 유지, 성공했다.

지난 3월 비수기에 심리스릴러 '해빙'(120만명)을 선보여 손익분기점을 넘은 데 이어 '특별시민'(쇼박스)과 '임금님의 사건 수첩'(CJ E&M)이 경쟁했던 지난 5월 황금연휴 때는 코믹영화 '보안관'을 후발주자로 투입해 흥행 안타를 쳤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작품과 공포영화도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슈퍼배드3'는 325만명을 동원, 여름시장의 강자가 됐다. 공포영화 '애나벨:인형의 주인'은 175만명을 불러모았다. 뉴(NEW)가 배급하는 올여름 유일한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도 "무섭다"는 입소문 속에 개봉 4일째 64만명을 동원, 공포영화 시장이 여전히 존재함을 보여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