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읽기] 강화 '동네방네 아지트'
▲ 버드까페 내부.
▲ 책방 국자와 주걱 내부.
▲ 김유자 인문서당 내부.
▲ 7월20일 회원들이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핵없이 잘 살기' 강좌를 듣고 있다. /사진제공=버드까페
▲ 지난달 14일 책방 국자와 주걱에 모인 '책은 다 일가친척' 동아리가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책방 국자와 주걱
▲ 6월21일 김유자 인문서당에 모인 '엄마탐험대'가 인문학수업을 듣고있다. /사진제공=엄마탐험대

"어서오시겨! 강화입니다." 자연과 역사를 오롯이 품고 있는 우리네 가까운 이웃이지만 조금은 먼 강화. 지역 특성상 6만8000여 명이 살지만 여가를 책임질 영화관·미술관·레스토랑 등 문화공간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문화생활에 목마른 이들을 위해 강화 주민들이 팔을 걷어부쳤다. 이들은 환경 사랑부터 인문학 강연, 독서모임 등 문화가 꿈틀대는 '아지트'를 꾸며 동네 사람들과 함께 마음의 소양을 쌓고 있다.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강화 시골마을에 숨은 '동네방네 아지트' 3곳으로 놀러가보자.


새를 사랑하는 모임 '강화탐조클럽' 활동장소
저어새·멸종위기종 펠트 제작·생태교육 진행

# 자연의 가치를 배우는 '버드까페'

새하얀 페인트가 칠해진 사방의 벽을 가득 메운 건 각양각색 개성 있는 생김새를 자랑하는 새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와 타일에 그려진 새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강화와 서울 등 각지에서 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린 '강화탐조클럽' 활동 장소이기도 한 버드까페. '꽃사슴'이라는 예명으로 더 잘 알려진 생태디자이너 주유경 대표는 지난해 이곳을 카페와 사무실로 꾸미고, 회원들의 사진과 작품을 전시하고 회의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환경을 사랑하는, 지키고픈 누구에게든 문을 열려있다. 동네 사람들은 매주 목요일 오전 삼삼오오 모여 펠트와 갯벌, 생태환경에 대해 배운다. 주 대표는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주민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자 했다. "고작 3000여 마리 남은 천연기념물 제205호 '저어새'의 주 서식지가 강화갯벌임에도 불구, 정작 이곳 주민들은 저어새의 귀중함과 강화의 가치를 모르셔서 늘 안타까웠어요."

매주 모여 저어새와 강화에 사는 멸종위기 종을 펠트인형으로 만들거나 자연 관련 영화를 함께 본다. 또 '생명의 공간, 흙', '탈핵, 핵 없이 잘 살자!', '안전하게 먹을 권리' 등을 주제로 한 생태 강의를 듣고 생각을 나눈다. 올해 말엔 플리마켓과 '골목길 펠트 갤러리'라는 작품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주 대표는 "저어새를 직설적으로 알리는 것 보다 주변 요소들로 재밌게 홍보해 자연스럽게 소중함을 느끼게 하고 싶다"며 "협소하지만 많은 분들이 오셔서 동네 골목길을 시끌벅적하게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화군 신문길 44번길 5, 010 4012 2955


간판없는 가정집 책방 … 북스테이 복합공간
책 손님 뿐만 아니라 작가·뮤지션도 찾아와

# 독서쟁이들의 놀이터, '책방 국자와 주걱'

책방이지만 간판이 없다. 입구 외벽에 '책방 국자와 주걱'이라고 써진 것이 전부. 나무대문과 마당, 지붕이 있는 분명 일반 가정집인데 책방이란다.

"시골구석에 재미난 공간을 만들고, 나도 재밌게 놀고 싶었어요. 개업일도 따로 없고, 홍보한 적도 없지만 한두 명 씩 오다보니 자연스레 찾는 분들이 늘었어요." 10년 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책벌레' 김현숙 대표는 약 1년 전부터 책을 팔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책 손님뿐만 아니라 작가, 뮤지션도 왕왕 오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올해 1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의 김태훈 작가, 2월엔 시인 김연희와 인디밴드 한받이 방문했다. 지난 17일엔 5·18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운동화 비행기>를 펴낸 홍성담 작가가 팬들을 만나 경험담을 풀어놓기도 했다.

오롯이 독서에만 파묻히고픈 이들은 며칠 머물고 갈 수도 있다. 인천에선 유일한 '북스테이' 공간인 이곳에서 마음껏 책을 읽다 가면 된다. 단, 책을 좋아하는 이들만 받는 건 김 대표의 원칙이다.

이곳에선 매달 짝수 주 목요일 '책은 다 일가친척' 모임이 열린다. 다양한 직업의 독서쟁이들이 모여 함께 읽을 책을 정하고 토론한다. 저자를 초청해 북콘서트도 열고, 시 낭송회, 그림책 원화 전시회, 채식 식사모임 등 북스테이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엔 다른 지역에서 많이 찾아왔는데, 이제는 동네 어르신들이 마실 나와 들러주실 정도로 사랑받는 공간"이라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 누구든지 적극 환영이니 주저 말고 찾아오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 48번길 46-27, 010-2598-3947



국문학 전공 부부의 서적·희귀자료 소장 공간
동네 엄마들 모여 독서·심리원예 등 친목활동

# 양사면 엄마들이 떴다, '김유자 인문서당'

모습이 서로 다른 돌이 켜켜이 쌓인 돌담을 따라 너른 마당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한옥에 들어서면 헌책 냄새가 반갑게 맞이한다. 벽에 꽂힌 2만여 권의 인문학 책이 눈에 띄는 거실을 지나 뒤편엔 안락한 소파와 수백 권의 책이 정리된 독서 공간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김유자 부부의 전공 서적과 고전, 희귀 자료 등의 소장공간이 또 있다.

서울에서 20여 년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인문학을 가르치던 김유자 대표는 2008년 강화로 터를 옮겨 '김유자 인문서당'을 열었다.

이곳에선 가까이 위치한 양사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 하점어린이집 학부모로 구성된 '엄마탐험대'가 인문학 수업을 듣는다. 이들은 자녀들을 자연과 함께 키우기 위해 귀촌한 엄마들이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선 세상의 중심인 '나'를 먼저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인문학을 배우기로 했다. 이현정 동아리 회장은 "사교육에도 어려움이 많은 동네라 엄마들 모두 고민을 나누던 찰나 엄마들이 먼저 똑똑해지고, 아이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자고 뜻이 모여 동아리를 꾸렸다"고 말했다. 엄마들은 3주에 한번 씩 수요일 오전에 모여 인문학 책을 읽거나 자연을 통한 심리 원예 등을 한다. 또 '나를 찾아서'나 '나와 연결된 인연' 등을 주제로 시와 수필을 쓰고 작품집을 낼 예정이다.

이 회장은 "세상의 중심인 나를 먼저 찾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는 엄마로 성장하기 위한 친목 모임이면서, 강화살이에 적응해 전교생 41명에 불과한 양사초를 살리기 위한 엄마들의 모임이기도 하다"라며 "올해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지역에 활기가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화군 송해면 장정양오길 227-4, 010-5334-2605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