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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이아이피'


북한 고위급 관료의 아들인 김광일(이종석 분)은 국정원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기획 하에 한국에 체류하게 된다.

그가 온 뒤 한국에서 잔인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던 경찰 특별수사팀 경감이 자살하면서 수사는 더욱 난항에 빠진다.

자살한 경감을 대신해 수사에 착수한 경찰 채이도(김명민 분)는 결정적 증거를 토대로 광일을 유력한 살인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쫓는다.

하지만 광일을 비호하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 분)의 방해로 결정적 순간마다 번번이 그는 용의 선상을 벗어난다.

여기에 광일이 가진 고급 정보를 이용하려는 CIA 요원 폴 그레이(피터 스토메어 분)와 북에서 그를 잡기 위해 남으로 넘어온 보안성 요원 리대범(박희순 분) 까지 개입하면서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브이아이피'는 북한에서 온 VIP를 놓고 벌어지는 국가 권력 기관 간 암투를 다룬 범죄영화다.

전작 '신세계'(2013)에서 범죄 조직 내부의 암투를 그렸던 박훈정 감독이 그 판을 확장해 경찰, 국정원, 미국 CIA, 북한 보안성 등 국가기관들이 얽히고설킨 암투를 그린다. 박 감독은 이를 위해 한국 영화에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기획 귀순'을 소재로 끌어들였다.

광일을 잡으려는 경찰 이도는 광일을 비호하는 국정원 요원 재혁과 대립한다. 광일을 한국으로 데려온 재혁은 사건을 은폐하고 골칫거리인 그를 CIA에 넘기려 한다. CIA 요원 폴은 국정원으로부터 그를 넘겨받아 그가 가진 고급 정보를 이용하려 하고, 광일 때문에 좌천당한 북한 보안성 요원 대범은 복수를 위해 그를 잡으려 한다.

여기에 경찰과 국정원 간 은밀한 거래와 북한 정치 상황 변화까지 덧붙여지면서 VIP를 둘러싼 네 명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스토리로 확장되긴 했지만, 결국은 한 인물을 둘러싼 네 인물의 관계와 갈등이 극을 끌고 간다는 점에서는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기획 귀순이라는 소재는 신선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 범죄 누아르와 큰 차이점이 느껴지지는 않아 아쉽다.

장동건, 이종석, 김명민, 박희순 등 주인공을 맡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악역을 맡은 이종석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시니컬하면서도 섬뜩한 미소로 사이코패스 같은 연쇄 살인마 역을 소화해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