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돼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소비자들의 불안이 이만저만 아니다. 각 가정은 물론이고 군과 학교 등 단체급식을 하는 곳에서도 며칠째 계란이 자취를 감췄다. 그 재앙의 중심에 경기도가 있다. 현재까지 전국 6개 농장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고, 그중 경기도에 소재한 농장이 3곳에 이른다. 정부는 전국에 산재한 닭 사육 농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곳의 계란부터 출하를 시작했다. 경기도 역시 농장 계란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후약방문'이란 게 꼭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정부나 경기도 고위 관계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 듯 호들갑스럽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감사원이 피프로닐 등 식품유해물질에 대한 검사기준을 강화하라고 했던 사실이 본지 취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2010년 4월 피프로닐 성분 등 인체유해물질을 식품검사항목에 포함할 것을 농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통보했다. 소비자들의 유해성분 과다 축산물 섭취를 방지하고, 만일 유해성분이 포함된 축산물이라 해도 사전에 그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감사원의 이 같은 권고는 깡그리 무시됐다. 앞서 2005년 식약처는 한 대학교 수의과학대에 '동물용 의약품 실태조사' 용역을 발주하고 2006~2010년간 동물용의약품 잔류허용기준 설정계획을 수립해 추진한 사실이 있었다. 무슨 이유에선지 유야무야되고 말았지만 관계 당국에서는 농약성분 검출의 위험성을 훨씬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기야 굳이 사실을 들먹이지 않아도 이런 사태를 예측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가축의 사육방식을 바꾸지 않고서는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밀식 사육방식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문가들도 했고 우리도 여러 차례 경고한 바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 또한 바로 그때다. 핑곗거리 찾지 말고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