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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농가가 더 나오면서 식당가에서도 계란이 사라진 메뉴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서울시내 일부 음식점은 손님이 상관없다며 달걀이 들어간 메뉴를 주문하는데도 혹시 모르는 마음에 내주지 않기도 했다. 주방에서 지금껏 주문해뒀던 달걀을 모두 버렸다는 곳도 있었다.
 
서울 인사동의 유명 한식당은 지금껏 공급받던 달걀이 살충제 성분이 초과 발견된 농가의 것으로 드러나 음식에서 달걀을 모두 뺐다.

이 음식점 대표는 "한식당이라 계란을 많이 쓰진 않지만, 계란찜과 전 요리, 갈비탕 등에 들어가는 지단에 계란이 쓰인다"면서 "경기도 쪽 업체에서 받았는데 문제 있는 제품이라고 해서 모두 뺐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님들께 계란을 뺐다고 말씀드리자 불평하는 분은 없었고 오히려 잘했다고 하더라"며 "계란 공급업체를 새로 알아봐야 해 한동안은 계란을 쓰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북구의 유명 한식당은 시골에서 직접 공수받는 천연 유정란을 쓰는데도 '살충제 계란 파동'이 터진 요 며칠 계란이 들어가는 음식을 모두 제외했다.

이 식당 주인은 "어르신들은 유정란이라고 말씀드리면 안심하고 드시는데 젊은 손님들은 식품 안전에 더 관심이 많아 불안해한다"며 "계란을 쓰지 않는 빈대떡을 내와도 '혹시 계란 들어간 것 아니냐'고 물어보는 손님이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윤기가 흐르는 계란프라이를 얹은 비빔밥이 인기 메뉴로 꼽히는 서초구의 한 음식점은 당분간 계란을 콩나물로 대체하기로 했다.

이 식당을 찾은 직장인 이모(28·여)씨는 "부드러운 계란프라이 맛이 일품이었는데 콩나물이 서걱대 식감이 별로였다"며 "얼른 계란이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입맛을 다셨다.

달걀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오므라이스 집이 일부 메뉴 판매를 중단했던 사례도 있었다.

종로구 북촌 지역에서 오므라이스와 카레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은 계란 공급처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루 동안 오므라이스 메뉴를 주문받지 않고 카레 메뉴만 팔았다.

이 음식점 직원은 "검사 결과 문제가 없어서 오늘은 오므라이스를 다시 팔기 시작했다"며 "종일 손님들이 오므라이스 먹어도 되느냐고 물었다"고 전했다.

영등포구의 한 고깃집은 거꾸로 손님이 달걀찜을 해달라고 주문해도 모두 거절하고 있다. 이 가게 주인은 "원래 있던 계란을 다 버렸다"고 말했다.

골뱅이 안주에 계란말이를 곁들여 파는 '을지로 골뱅이 골목' 주점들은 공급상으로부터 계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계속 계란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주점은 검사 결과 문제가 없다는 문서를 벽에 붙여 손님들이 안심할 수 있게 배려하기도 했다.

골뱅이 골목 한 주점 직원은 "우리 계란에는 문제가 없지만 손님들의 마음은 또 몰라서 계란말이를 내오기 전에 일일이 내올지 물어봤는데, 계란 싫다는 테이블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시내 유명 평양냉면집들은 계란을 계속 주는 곳이 많았다.

중구와 마포구, 영등포구의 냉면집들은 살충제 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돼 냉면에 계란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손님들 가운데서도 계란을 빼달라는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광진구의 한 냉면집 등은 손님들의 불안감을 고려해 계란 없이 냉면을 제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