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라 … 당신의 '뮤즈'가 나타날테니
작가들이 거주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업하며 퍼덕거리는 창조물을 걷어올리는 영감의 바다 인천아트플랫폼. 작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예술가 레지던시(Residency) 기관이다. 두 자릿수의 경쟁률을 뚫고 이곳에 입주한 작가라면, 상장을 앞둔 전도유망한 블루칩 '장외 주식' 정도의 평가를 받는다. 안목 좋은 컬렉터들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작가들은 새로운 작품을 빚고, 전시와 공연, 문화예술교육 등 예술을 매개로 시민들과 소통한다.


# 개항도시 역사성 담긴 예술창작공간

인천아트플랫폼은 인천시 중구 해안동 개항장 문화지구에 있다. 인천시가 창작스튜디오와 전시장, 공연장 등 13개 건물을 지역작가와 예술가들을 위해 조성한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건립한 개항기 근대건축물을 리모델링해서 2009년 개관했다. 개항도시가 갖고 있는 도시의 역사성과 장소적 특성을 살려서 문화적으로 재활용한 것이다.

국내외 시각예술, 공연예술, 연구평론 분야 예술가들이 1년 동안 머무르며 창작과 연구활동을 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입주 작가에게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새로운 예술 창작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예술창작발전소인 셈이다. 예술을 매개로 시민들과 소통하는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개방형 창작공간을 운영하고, 야외 문화예술 콘텐츠 확대로 시민참여를 높이고 있다.

현재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된 국내외 아티스트 26개 팀 40명(시각 18명, 공연 4팀 18명, 연구평론 4명)이 둥지를 틀고 자신의 예술 언어를 빚어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기획전시와 기획공연,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등 지역문화예술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11월에는 작가들이 자신의 스튜디오를 외부 전문가와 관람객에게 공개하는 오픈스튜디오 행사를 갖고 1년 동안 빚은 작품을 전시한다.


#예술과 일상이 만날 때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1년 내내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매주 토요일에는 공연과 밴드음악공연, 아트마켓, 거리인형극과 실낸공연 등을 준비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입주 예술가들의 전시(프리뷰전시, 개인전 및 그룹전)와 공연은 물론, 다양한 대관전시, '만국시장', '밤마실 축제', '아트마켓', '야외기획공연', '15분 연극제(8월)', '건축문화제(10월)', '디자인페어(10월)', 2017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꽃 '오픈스튜디오와 결과보고전시(11월)' 등까지 시민들이 연중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행사들이 마련돼 있다.

아트센터 야외 중앙광장은 거대한 스트리트 뮤지엄이다. 입주작가들이 빚어낸 예술품들을 전시, '느림'과 '쉼'을 선사한다. 걷다가 닫힌 문을 밀치면 전시장이고 공연장이며, 창작공간이다. 입주 작가 스튜디오 건물과 중앙광장 사이에 자리한 홍보관이 24시간 불을 밝힌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역사성을 갖춘 공간과 고즈넉한 건물 분위기가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뷰티인사이드' 등 각종 드라마와 광고촬영지로 노출되면서 시민들과 관광객 발길이 부쩍 늘었다. 영화에서 봤던 건물을 재해석하고 전시와 공연을 본다.

지난 10여년 동안 예술가 300여명이 머물면서 창작의 영감을 얻고, 지역사회와 연대하며 인천에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파해 왔다. 올해부터는 일본과 인도 등 해외 교류 프로그램과 국제 큐레이터 교류사업을 확대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1883년 개항 이후 건립된 건축문화재와 1930~40년대 건축물이어서 130년 동안 겹겹이 쌓인 근대역사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근대건축기술과 역사적 기록을 지니고 있어 건축 조형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붉은 벽돌 건물마다 개항의 역사를 품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그곳은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강림하는 곳이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자리잡은 '예술가 지원시설' … 재정문제·정체성 확립 숙제


자치단체와 예술기관이 2000년대 이후부터 '아트플랫폼', '창작스튜디오', '창작센터', '아트센터' 같은 이름으로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시설을 조성, 운영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작업실과 스튜디오, 공방, 공연장 등 '예술창작을 위한 공간'을 말한다. 즉, 작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기숙사를 겸비한 아카데미이자, 작가들에게 무료 또는 실비로 창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작가들이 마음놓고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유휴 공간을 문화적으로 활용하는 대표적 유형으로 인식되고, 도시재생의 촉매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의 창조적 역량이 강조되면서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인천아트플랫폼을 비롯해 경기창작센터, 창동 스튜디오,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서울시창작 공간, 문래예술공간, 고양 창작스튜디오, 수원 행궁마을커뮤니티아트센터(행궁동레지던시), 포천 아트밸리 등 전국에 100여개가 있다.

이 중 40여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 운영한다. 주로 시각예술에 치중했으나, 차츰 창작활동 지원 프로그램뿐 아니라 지역 연계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도입 10여년 째를 맞는 이들 창착공간은 초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운영을 갖춰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정체성과 위상의 미확립, 단기 레지던시 중심의 한계, 중앙정부의 역할 부재, 열악한 재정여건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




최병국 인천아트플랫폼 관장

"내년 개관 10주년, 시민이 행복한 '예술 에너지' 만들 것"



▲인천아트플랫폼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입주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면서 인천을 문화도시로 바꾸는 전초기지다. 인천문화의 힘을 키우고 시민의 예술적인 품격을 높여주는 곳이다. 예술가들이 창작스튜디오에서 작품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소통, 개입하며 도시 분위기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예술창작 환경과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새로운 예술 창작 발전소다. 국내외 예술 전문인들간의 네트워크 를 형성하는 국제 네트워크 형성의 플랫폼이다. 시민참여형 전시, 공연, 대안 예술 등 기획프로그램으로 대안적인 문화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시민대상 문화예술교육을 강화하는 등 지역문화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입주 작가들에게는 어떤 곳인가.

―이곳은 접근성이 좋다, 차이나 타운 등 음식문화가 잘 발달돼 있다. 특히 작가들은 원도심의 분위기나 정서에서 새로운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중견작가이거나 발전가능성이 있는 수준급 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입주작가가 되면, 작품성을 갖춘 역량있는 작가로 인정받는다. 외국 등에서 전시초청을 받는 등 작가로서 입지를 굳히는 전기를 마련한다. 유명 갤러리의 수집가들이 비상장주식처럼 성장 가능성 있는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려고 발빠르게 찾기도 한다.

▲아트플랫폼 활성화 계획은.

―9월부터 아트마켓과 기획공연, 기관협력 행사 등이 본격 시작된다. 내년에는 아트솝 운영과 상설무대 구축, 콜라보레이션 음악제 등을 준비하고 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서 예술적 품격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내년 10주년을 맞아 최고의 레지던시 기관으로 입지를 굳히겠다.

사람은 예술을 통해서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예술은 자기가 직접 몰두해서 빠져들어 새로운 자기 에너지를 생성해 내는 힘을 갖고 있다.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생의 에너지를 창조해 낸다. 시민이 진짜 행복한 길이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