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없이 외로운 질주 결실 맺어
"청각장애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지난달 29일, 터키에서 열린 올림픽 대회 시상대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017 터키 삼순 데플림픽(청각장애인올림픽) 대회' 마라톤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오상미(42) 선수다. 그는 데플림픽 마라톤 사상 한국선수 첫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면서 체육 역사에 한 줄을 추가했다. 소속팀 없이 42.195km를 뛰며 홀로 이룬 성과다.

인천시 중구 도원동 태생으로 동구 송현동에서 살고 있는 그는 2000년 5급 청각 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마라톤과 수영, 철인3종 경기를 통해 장애를 극복해왔다.

그가 자신이 조금 특별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4살이 되던 1978년이었다고 기억한다. 또래 아이들과 달리 말이 없었던 그를 부모는 이상하게 여겼으며 결국 오 선수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향했다. 당시 병원에서는 청각 장애 원인에 대해 명확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항상 혼자이던 그를 세상에 나오게 한 것은 운동이었다. 그는 현재 누구보다 활발한 성격을 가졌지만 유년 시절 한 때는 외로운 적도 있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수가 많지 않아 친구나 선·후배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서부터 달라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말도 거의 안했고,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항상 혼자였죠. 하지만 철인3종 운동을 배우고, 사람들과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달라졌어요. "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사회 벽에 부딪쳐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수영 강사로 일을 하기 위해 몇 군데 이력서를 넣고 면접도 봤지만 "나중에 연락을 주겠다"는 대답만 되풀이 됐다고 한다. "자격증도 따고, 입상 경력도 많이 있어서 면접도 여러 군데 봤어요. 또 감독 자리까지 제안을 받았지만 결국 출근하라는 연락은 받은 적이 없어요. 이럴 때 가장 속상하죠. "

그는 4년 뒤 열리는 데플림픽 대회에 다시 한 번 도전할 계획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선 소속 팀이 필요한하지만 그는 현재 훈련을 할 수 있는 팀이 없는 상황이다.

"실업팀에 소속돼야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고, 기량도 더 높일 수가 있어요. 인천에는 장애인 체육 실업팀이 없는데, 앞으로 팀이 생겨서 농아 육상인들이 운동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