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소인이 찍힌 우표의 옆 톱니바퀴 테두리를 상하지 않은 채 뜯기 위해 편지 봉투의 일부를 같이 뜯어 물에 담가 우표만 완벽하게 분리해 내면서 이게 나중에 얼마나 비싸질까 터무니없는 상상도 했었다. 아이스크림 회사에서 콘 과자와 껍질 사이에 외국우표를 넣어 호객을 하기도 했다. 물론 나는 그 호객에 넘어가 그 콘을 열심히 사먹었다. 껍질을 벗기고 이국의 우표를 보며 인천도 벗어나보지 못했던 내가 머언 이국의 무언가를 그리워했다.
그러다 언제부터 시들해졌다. 그러다가 시인의 시처럼 회신용 우표가 생기기도 했는데 달리 쓸 데가 없었다. 군 입대한 아들에게 몇 차례 편지를 쓰느라 우표를 붙여보았고, 2002년 월드컵 기념우표를 선물로 받은 게 전부였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고 쓰려니 가슴 한쪽이 아프다. 이 아픔이 우표가 생겨도 더 이상 요긴하게 써먹을 데가 없는, 더 이상 편지를 쓰게 되지 않은, 쓸 사람이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인지, 이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한때의 추억이 주는 쓸쓸함인지는 잘 모르겠다.
/소설가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