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태전4지구 단독2층 1채
보상협의 결렬되자 생활권 차단
시행사 "무리한 요구에 불가피"
"대기업 행태 … 수차 민원도 묵살"
▲ 광주시 태전지구 내 홀로 남은 집 주변으로 6~8m 높이의 흙더미가 쌓여있고 수돗물이 끊기고 진입로 마저 사라져 통행조차 못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과 한 시행사가 광주시에서 아파트단지를 조성하면서 보상협의가 무산된 가옥 주변에 높이 6~8m짜리 흙담을 쌓아 한 가족을 고립시킨 것으로 드러나 말썽이다.

10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5월 광주시 태전동 87번지 일원 81필지에 대지면적 2만9941㎥, 연면적 4만1605㎥, 640세대 규모의 아파트 신축공사에 착공했다.

이 아파트 사업구역 내 위치한 K씨 일반 소유의 대지 565㎡, 건축면적 165여㎡ 규모의 단독주택(태전동 78)은 태전4지구 내 상업지역으로 계획됐다.

하지만 시행사와 K씨 사이에 보상협의 등이 이뤄지지 않아 아직도 공사장 한가운데 주택은 흉물스럽게 그대로 남아있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8월 말로 입주 예정된 태전4지구 준공을 위해 도로 개설공사를 하면서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 중장비를 동원해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K씨의 집 주변을 6∼8m 높이의 흙담을 쌓았다.

K씨는 현재 집 마당으로 연결됐던 길이 사라지고 상하수도 등도 끊겨 고립된 상태다.

K씨는 주변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흙먼지는 얼마든지 감내하겠지만, 길이 막히고 수돗물이 끊기는 등 기본 생활권 마쳐 차단된 것에 대해 크게 분개하고 있다.

그는 "버젓이 사람이 살고 있는 집 주변의 길이 끊기고 상하수도가 모두 파손돼 도저히 살수가 없게 됐다"며 "그동안 광주시에 수십번도 넘게 민원을 넣었지만 이제까지 아무런 조치 없이 공사는 매일 강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사인 태전 PFV가 보상합의금을 입금해 주기에 앞서 도시개발사업을 위한 토지사용 승낙서를 요구해 합의가 결렸됐다"고 말했다.

최근 K씨의 집 2층에 살던 세입자는 고립무원에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나갔으며 K씨는 얼마 전부터 부친 집으로 피신해 있는 상황이다

시행사 태전 PFV관계자는 "상업지역 관련 지주 30여명이 있는데 이중 25명이 도시개발사업을 찬성했다"며 "합의후 보상가를 터무니 없는 금액을 요구해와 이를 지출하려면 지급보증을 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의 승인을 받기 어려워 어쩔수 없었다. 최근 경기도수용재결위원회에 수용결정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인근 주민A(65·태전동)씨는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 주변을 흉물스런 모양으로 만든 기업의 행태는 어떤 이유로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기업은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무도 갖는 만큼, 조금 더 현명한 자세로 토지주와 협상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광주=장은기 기자 50eunki@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