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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허울뿐인 '상생협력법'에 우는 지역상인

2017년 08월 11일 00:05 금요일
한때 지역의 명물로 자리 잡았던 재래시장들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는 제법 오래다. 각 지자체가 나서 온갖 지원을 쏟아부으며 현대화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나마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기로에 선 시장들이 많다. 이들의 명운을 재촉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역시 자본이다. 거세게 밀고 들어오는 대기업의 물량공세를 재래시장은 감당하기 어렵다. 하루아침에 생업전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지역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고민 끝에 내놓은 방안이 '상생협력법'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반성장을 달성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취지에 비해 현실을 감당할 만한 제도적·실천적 방안을 담아내지 못했다. 허술해도 너무 허술하다. 상생은커녕 기존 시장은 초토화하고 만다.

경기도 일산 신도시의 최근 사례가 바로 그렇다. 2014년 10월 이곳 터미널 부지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뒤로 덕이동 소재 로데오거리는 그야말로 쑥대밭으로 변하고 말았다. 사방 300m 거리에 자리했던 로데오거리는 2011년 '전통시장'으로 공식 지정됐고, 300여개의 점포가 오밀조밀 생계를 유지해 갔다. 편리한 접근성으로 주말이면 언제나 쇼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그런데 롯데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이들 매장 수는 순식간에 130여개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대부분 적자운영을 면치 못해 문을 닫아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출 감소 폭이 30~60%에 이른다는 게 이곳 상인들의 주장이다. 여기서도 상인들은 어김없이 롯데 측과 상생협력을 체결했었다.

롯데 측에서 일정액의 현금과 시설 설치비용을 지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결코 가만히 있을 롯데가 아니었다. 매출성수기인 7월과 10월에 일산 킨텍스에서 수차례 출장세일을 하며 고객을 싹쓸이 했다. 2015년 7월 롯데백화점은 대관행사를 통해서만 100만여명의 고객을 모았고, 13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기간 로데오거리를 찾았던 고객들은 50% 이상 빠져나갔다. 롯데가 구매했다는 130억원어치의 상품권도 지역에 풀리지 않았다고 한다. 상생협력은 지역상권을 흡수하기 위한 대기업의 미끼였을 뿐이다. 서둘러 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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