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한 권을 단숨에 읽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춘 한편의 흑백 영화와 같은 '그래픽노블' 기법의 만화책이다. 형식도 신선했지만 무엇보다 등장인물에 눈길이 갔다. '제시 이야기'는 독립운동가 양우조, 최선화 부부의 육아일기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상하이를 시작으로 여러 도시를 거쳐 충칭까지 청사를 옮길 때마다 함께 움직였다. 그 와중에 딸 제시를 낳게 된다. 딸의 성장 과정과 가족사를 중심으로 한 육아 기록이지만 당시 임시정부 가족들의 생활상과 독립 운동가들의 따뜻한 인간애 그리고 장개석 정부의 협조 등을 녹여내고 있다. 이 일기는 임시정부의 실상을 시기별로 알려주는 기록으로서 사료적 가치도 있다. 지난해 12월, 주(駐)상하이대한민국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한중우호의 밤'에서 이 책이 소개돼 호평을 얻었다고 한다.

1937년 백범 김구의 주례로 결혼한 부부는 인천과 인연이 각별하다. 평양에서 성장한 양우조(1897∼1964)는 19세에 상하이로 망명했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내 손으로 동포들을 입혀보자'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방직공학을 전공했다. 일본이 패망하자 귀국해 1947년 인천 학익동의 제마방직회사에 근무했고 조선방직협회의 이사로 활동했다.

일기를 쓴 최선화(1911∼2004)는 인천에서 출생했다. 이화여전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후 모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1936년 상하이로 건너갔다. 남편을 내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독립운동에 기여하는 길을 모색했다. 임시정부에서 한국혁명여성동맹을 결성한 그는 방송을 통해 국내외 여성들에게 각성과 분발을 촉구했으며 항일전선의 독립군들을 직접 위문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애국부인회 재건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
'최선화'라는 이름을 대했을 때 낯설게 다가왔다. 2008년 인천여협에서 발간한 '역사 속의 인천 여성'을 찾아보았다. 한 페이지 반의 분량으로 소개돼 있었지만 필자는 만화책을 통해서야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역사 속 인천 여성의 발굴은 계속되어야 한다. 선양(宣揚)에도 좀 더 힘써야 한다. 이것은 곧 '인천가치재창조'와도 직결된다.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