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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릴러 '장산범' … 소리, 공포보다 강한 유혹

'청각자극' 화면과 다른 음성에 상상력 증폭

2017년 08월 10일 00:05 목요일
"엄마 목소리가 들려도 절대 믿으면 안 돼" 전래동화 '해님달님' 속 오누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560만 관객을 사로잡은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이 4년 만에 미스터리 스릴러 '장산범'으로 돌아왔다. 가장 안전하고 익숙한 공간인 집을 스릴러의 공간으로 만들었던 그가 이번에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목소리'와 전설 속의 괴수를 소재로 한 신종 스릴러를 들고 왔다.

치매 걸린 시어머니(허진)와 잃어버린 아들로 우울한 삶을 살고 있는 민호(박혁권)와 희연(염정아) 부부는 도시를 떠나 장산으로 이사한다. 집 근처 동굴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동네 아이들의 말을 듣고 수색하다 시체를 발견한 데 이어 길을 잃은 듯한 소녀(신린아)를 만난다.

잃어버린 아들 생각이 나서일까, 희연은 친엄마처럼 소녀를 돌보지만, 민호는 자신의 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을 수상하게 여기고 의심을 품는다. 소녀가 온 뒤 주변 사람들은 하나 둘씩 실종되고 결국 시어머니와 민호마저 사라진다.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한 소녀를 설득해 희연은 동굴로 들어가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을 겪는다.

무서울 때마다 눈을 감기보다는 자꾸 귀를 막게 되는 것이 장산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소리 스릴러'를 내세운 만큼 청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고 이는 공포로 이어진다.

하지만 역시 시각에서 오는 공포가 압도적이라 약간의 아쉬움도 남는다. "시각적인 모습에서 예상치 못한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 배가되는 공포를 생각했다"며 시너지를 추구한 허 감독의 작전은 미약하지만 일단은 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연약하지만 모성애로 가득찬 희연을 연기한 배우 염정아는 '장화, 홍련' 이후 14년 만에 스릴러 영화로 관객을 만나 '믿고 보는 스릴러 퀸'으로 입지를 굳혔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 박혁권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의심하는 이성적인 성격의 남편 '민호'를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한 칸 넓혔다.

시종일관 미스터리한 눈빛과 표정으로 수상한 소녀를 연기한 아역 배우 신린아는 영화 '덕혜옹주', '국제시장'과 드라마 '피고인', '푸른 바다의 전설'에서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소리로 공포감을 주기 위해 허 감독은 시각과 청각효과를 최대한 균등하게 나누려고 했으며, 그 어느 때보다 후시녹음에 공을 들였다. 또 동화 '해님달님', 그리스 신화인 '사이렌' 등 친숙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또다른 공포를 만들었다.

'주광현상', 죽을 걸 알면서도 빛을 보면 달려드는 벌레들처럼 목소리를 따라 이끌려 가는 사람들은 어떤 심정일까. 오는 17일 개봉, 100분, 15세관람가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시사회 뒷이야기

배우 "들리는 것처럼 연기" … 감독 "두려움의 크기 조율"



지난 8일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올 여름 국내 유일한 공포 영화 '장산범' 공개 이후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허정 감독과 배우 염정아, 박혁권 그리고 아역배우 신린아 등이 참석해 영화 뒷이야기를 직접 전했다.

560만 관객을 동원한 '숨바꼭질'로 존재감을 굳힌 바 있는 허정 감독은 "친숙한 소리가 들리지만 친숙한 소리를 내는 사람이 (당사자가) 아닐 때 스릴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너무 무서운 느낌을 주면 일상에서 주는 느낌이 약할 거 같아서 각 상황마다 어느 정도 공포를 줘야하는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뭔가 조금 사람이 더 홀려 들어가려면 그 사람을 무언가 건드릴 게 있어야한다는 생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는 시각보다는 '소리에 대한 공포'에 중점을 맞췄기에 배우들의 촬영기가 더욱더 궁금했다.

염정아는 "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하는 게 아니라 상상하면서 해야 했다. 감독님이 디렉션 해주실 때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고, 박혁권은 "소리에 대한 작품이라는 건 대본 받았을 때부터 기대했고 재밌었던 점이었다"며 "이번 작품은 시각과 청각이 동등한 수준이었기에 오히려 시각적인 것을 상상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두 배우는 특정 장면에서만큼은 연기는 물론 감정선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인이어를 낀 채 촬영에 임하기도 했다.

청각과 함께 시각적인 공포를 주는 데에는 배우 이준혁이 한 몫 했다. 허 감독은 "이준혁은 평소 몸을 잘 쓰는 배우이기에 극중 캐릭터의 기이한 모습과 느낌을 잘 표현해낸 것 같다"고 칭찬했다.

굿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영화 '곡성'에 대해서는 "영화를 만들 때 쯤엔 '곡성'이 개봉을 안 한 상태였다. '곡성'을 참고를 하진 않았고 뒤늦게 봤을 때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숲 속을 헤매던 낯선 여자아이로, '희연'과 '민호'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캐릭터를 연기한 아역배우 신린아는 "현장에서 염정아 이모와 박혁권 배우님이 잘해주셔서 배운 게 많았다"며 "한 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촬영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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